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31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한미연합연습 확대·강화,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확대 등 ‘확장억제’ 강화 기조를 재확인했다.
‘역대 어느 때보다 강력한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는 미국 측의 이날 발표는 우리나라에서 자체 핵무장론 등 ‘다른 길’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다만 이날 미국 측이 한미가 기존에 합의했던 것 외에 확장억제 실효성 제고를 위한 새로운 조치는 발표하지 않았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국방장관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방위공약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조치들을 공동으로 재확인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오스틴 장관은 “미국의 방위공약은 철통같다. 확장억제 공약은 확고하다”며 “여기엔 재래식 미사일 방어능력 등 모든 범주의 미 군사능력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확장억제’란 미국이 적대국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능력과 재래식전력, 미사일방어능력 등 억제력을 미 본토 방위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제공한다는 개념을 말한다.
한미 국방장관은 확장억제 강화 방안으로 한미 연합연습·훈련 규모와 수준 확대 및 강화, 미군 전략자산인 F-22·35 스텔스 전투기 및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등의 한반도 전개 확대 등을 꼽았다. 그러나 이들 방안은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도발 등에 따라 작년부터 이뤄져온 것이다.
한미 양측은 또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대응하기 위한 동맹의 △능력과 △정보공유 △공동기획·실행 △동맹 협의체계 등도 지속 강화해간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이 역시 작년 11월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제시됐던 것들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2023.1.3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기존에 한미 국방당국이 논의한 내용이 이번 회담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핵심은 확장억제다. 한국 내에 확장억제에 대한 우려가 있음을 미국도 알기에 한국 방어 공약을 재차 강조하기 위한 발표였다”고 평가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도 이날 한미국방장관회담 결과에 대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새로운 내용은 부족했다”면서도 “미 국방장관이 확장억제를 재차 강조한 부분은 의미가 있다. 확장억제가 북한 핵·미사일을 막는 데 최선임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이 장관과의 공동 회견에서 “한미 양국은 ‘한반도는 비핵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또한 확장억제 강화와 함께 미 당국자들이 수시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다만 최근 국내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제기된 점 등을 감안할 때 그에 대한 완곡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외교부·국방부로부터의 연두 업무보고를 마무리하면서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경우’란 전제 아래 “대한민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해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우리 당국자들은 이후 “당장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취지는 결코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으나, 윤 대통령 해당 발언을 계기로 국내에선 확장억제 실효성이 떨어질 경우 ‘핵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 국방장관은 이날 회담 뒤 공동 회견에서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군 소식통은 “오스틴 장관은 확장억제를 거듭 반복했고,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지 않더라도 기존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의지를 밝혔다”며 “아직 발표 단계는 아니지만 현재 한미 군 차원에서 전보다 훨씬 진전된 논의가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