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따라오는 후배 벤처 기업들이 쉽게 시작을 하고, 성장하는 토양을 만드는 게 앞선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이다.”
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발전기금 약정식에서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75)이 이같이 말했다.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은 이번 약정식을 통해 UNIST에 300억원 규모의 발전기금을 기부한다. 이는 UNIST 개교 이래 최대 규모인 동시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제외하면 전국 과학기술원 중 최대 규모의 개인 기부다. KAIST를 포함하면 7번째로 큰 규모로, 이번 기부는 지역 기업이 지역 과학기술원·대학에 기부해, 지역 산업의 혁신 기반을 다진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준호 회장은 “인재들이 마음껏 창업하고 그들이 저와 같은 선배의 뒤를 이어 이루어 갈 울산의 미래지향적 산업형태, 그리고 한국의 미래를 상상한다”며 “저의 기부가 작은 씨앗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열매를 맺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니스트, 울산광역시 모두가 함께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격려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시길 간절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화학 중심 울산에서 반도체 기업을 일구다…후발 주자의 ‘전쟁’
덕산그룹은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울산 소재 기업에서 출발해, 현재는 디스플레이 소재까지 사업이 확장됐다. 울산은 석유 화학, 중공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점에 비추어 덕산그룹은 반도체라는 새로운 사업이 지역에 뿌리내리게 했다. 현재 덕산그룹은 9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그룹사 전체의 연간 매출액은 3000억 원에 이른다. 또 덕산그룹의 주요 3개사는 전체 인력 중 연구·개발(R&D) 인력이 3분의1을 차지한다.
이날 약정식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이 회장은 “1999년도에 덕산하이메탈이라는 이름으로 아주 소규모의 벤처 기업을 시작했다. 1990년도, 2000년초에 정보기술(IT)기기를 많은 소재 부품을 수입에 의존해왔다”며 “독일·일본 등이 소재 산업에서 앞서가고 있었는데, 후발 업체로 출발하다 보니 전쟁이었다. 앞서가는 국가와 경쟁하려면 답습해서야 안 된다는 생각에, 새로운 혁신을 하고 선점 특허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서 우리 나름의 영역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번 기부가 지역 기부 문화 마중물 되길”
이 회장이 기부한 300억은 ‘챌린지 융합관’을 건립하는 데에 쓰인다. 이곳은 미래 인재들이 과학기술 전 분야에 걸친 혁신적 교육을 받으며, 자유롭게 창업에 나설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이 회장은 “제가 봐서 평생 꿈꾸던 계획을 한다. (기부금이) 잘 쓰일 것으로 본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저희가 출연하는 돈의 액수만큼 매칭 펀드로 돕겠다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울산의 산업 생태계 형태를 바꾸는 데 크게 이바지 할 거라는데 의심하지 않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제 바람으로는 제가 출연한 기금이 동기가 되어서 기부 문화가 더욱 꽃을 피웠으면 한다”며 “대학에 기부하는 사례는 선진국에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도 많다. 그러나 울산이라는 곳은 아직 문화가 무르익지 않은 지역이다. (이번 기부가)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