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첫 해외 순방에서 300억달러(약 37조원) 투자 유치 약속 등 가시적 성과를 안고 돌아왔지만 ‘순방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순방을 두고 역대 최대 성과라고 자평했음에도 이란 논란이 설 연휴 민심 획득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UAE·스위스 순방에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제’에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수출 드라이브’를 전면에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공언대로 지난 14일부터 6박8일간 이어진 순방에서 ‘세일즈 외교’에 집중했다. UAE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포함해 101개 기업으로 구성된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대동했다.
윤 대통령이 스스로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고 자청한 결과 순방 성과도 컸다.
UAE에선 300억달러(약 37조원) 투자 유치 약속을 받아냈다. 투자 공약은 양해각서(MOU)가 아닌 양국 정상 공동성명서에 담겨 무게를 더했다.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300억달러 투자 결정 이유로 한국을 향한 ‘신뢰’를 직접 언급한 만큼 이행 가능성도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UAE 사이에 체결된 정부 간, 기업 간 양해각서(MOU) 48건과 한·UAE 비즈니스 포럼에서 체결된 61억달러(약 7조5000억원) 규모 MOU·계약 등도 눈에 띄는 성과로 꼽힌다.
스위스에서도 세계 1위 풍력터빈 제조기업 베스타스(VESTAS)가 3억달러(약 3700억원)를 한국에 투자하기로 했고, 머크(Merck), 노바티스(Novartis) 등과도 5억달러(약 6000억원) 규모의 투자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경제와 외교가 더 일치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름대로 순방을 잘 했다”며 “신(新)블록화 현상 속에서 외교 방향을 잘 잡았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인 순방 결과를 안고 돌아왔지만 윤 대통령이 UAE 순방 중 한 발언이 논란이 되며 성과 못지않게 부각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UAE 군사협력단인 ‘아크부대’를 찾았을 때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말하며 불거진 논란이 아직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오해가 풀릴 수 있다고 본다”고 했지만 이란과 갈등이 길어지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도 순방 결과가 일부 반영된 여론조사에서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이란 발언 논란이 순방 효과에 따른 지지율 상승을 제한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진행한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대통령 지지율은 36%로 전주 대비 1%포인트(p) 상승에 그쳤다.
갤럽 조사에서 부정평가는 55%로 2%p 떨어지긴 했지만 부정평가 이유 1~2위가 각각 ‘외교'(15%) ‘발언 부주의'(10%)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세 차례에 걸친 해외 순방에서도 논란이 일면서 성과가 가려지는 일이 있었다.
지난해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순방에서는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부인이 동행한 것이 논란이 됐고 9월 미국 순방에서도 발언 논란이 크게 있었다. 11월 동남아 순방 때도 MBC(문화방송) 공군 1호기 탑승 배제 논란 등이 순방 내내 따라다녔다.
지난해 순방 이후에도 윤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 움직임이 미흡했고, 오히려 각종 논란에 하락 곡선을 그리기만 했다.
일각에선 이번 순방 결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설 연휴 이후에도 대통령 지지율이 기존 30%대 후반~40%대 초반 박스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순방 성과와 논란이 맞물려 상쇄되는 한편 지지율 변동을 유발할 마땅한 요인이 없다는 분석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지지율은 보합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급격하게 올라가거나,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