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되고 사라졌던 경복궁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30년의 시간을 조명하는 특별전이 열린다.
30일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오는 12월1일부터 2022년 2월27일까지 경복궁 발굴·복원 30년사를 돌아보는 ‘고궁연화古宮年華, 경복궁 발굴·복원 30주년 기념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조선의 법궁이었던 경복궁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연간 1000만명이 찾는 생명력 넘치는 문화유산으로 거듭나기까지의 발굴과 복원 노력을 조명한다.
복원한 전각 4곳에 사계절을 역순으로 투영시키고 이를 거슬러 올라가는 형식으로 구성해 전각들이 본래의 모습을 ‘회복했다’는 복원의 의미를 구현했다.
곽희원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사는 “이번 특별전은 유물 전시에 벗어나서 발굴·복원 작업에 참여한 이들의 노고를 담아내며 그동안의 경복궁 30년사를 조명한다”며 “유물보다 기획이나 연출에 초점을 맞춰 관람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특별전엔 그동안 잘 소개되지 않았던 발굴 현장 기록 일지, 발굴 실측 도면과 복원 도면 등 20여점의 원본 자료를 총망라하여 경복궁 발굴·복원사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실감 콘텐츠로 제작된 인터뷰 영상과 미디어 파사드(벽면에 다양한 콘텐츠 영상을 투사하는 기법)가 접목된 3면 영상으로 몰입감을 높였다.
전시는 △도입부 ‘적심’ △1부 ‘바람이 문에를 처도’ △2부 ‘진흙속에 묻혀눕은’ △3부 ‘오백년 거륵한 공’ △4부 ‘봄어름 처음녹고’ 등 총 4부로 구성했다.
각 부제는 1927년 잡지 ‘동광’에 실린 시인 시목의 고궁단영에서 따 온 것으로, 일제강점기 훼손된 경복궁의 모습을 노래한 시다. 전시 제목 고궁연화의 ‘연화’는 ‘年華'(빛나는 해), ‘煙花'(봄의 경치) 두 가지 중의적인 뜻으로 경복궁 복원이 끝나고 맞이하게 될 경복궁의 찬란한 시간이자 봄을 의미한다.
먼저 도입부 ‘적심’은 현대작가와 협업한 설치 미술 작품이다.
적심은 건물의 구조와 규모를 보여주는 기초 부분이자 복원의 실마리로, 발굴 단계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박진우 작가는 적심이라는 단어를 기반으로 여러 마음이 쌓여 만들어지는 경복궁을 주제로 삼았다. 천장에서 길게 늘어뜨린 적심을 궁궐 전각처럼 배치하여 재해석된 경복궁을 유영하듯 감상하게 했다.
1부 ‘바람이 문에를 처도’에서는 복원된 흥복전 내부에서 창문 밖 일제강점기 총독부의 정원이 된 겨울의 흥복전을 바라보는 시점으로 공간을 연출했다. 맞은편에는 훼철된 경복궁을 주제로 한 조지훈(1920~1968)의 ‘봉황수’ 등을 전시한다. 창문이라는 장치로 시·공간을 분리해 관람객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과거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당대 문학인들이 느꼈을 무력한 마음이 전달되도록 했다.
2부 ‘진흙속에 묻혀눕은’에서는 사시사철 현장을 지키는 발굴조사단의 모습을 단풍이 무르익고 노동의 결실을 맺는 가을로 비유했다. 전면부에는 경복궁 출토 도자기 파편과 발굴 일기, 유물 조사 카드 등을 토층도로 연출해 유적의 느낌을 살렸다.
후면부에는 소주방지 출토 도자기, 기와, 철제 생활용구 등을 상부에 전시해 ‘사람’에 의해 매장 문화재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표현했다. 경복궁 터를 직접 발굴했던 전직·현직 조사단 3인과 전시담당자의 인터뷰에서는 숨겨진 발굴 이야기가 실감 콘텐츠로 표현한다.
3부 ‘오백년 거륵한 공’은 약 높이 4m, 너비 15m의 대형 미디어월에 복원 도면을 라인그래픽으로 제작해 궁궐 건축의 촘촘한 설계를 한 눈에 만날 수 있다. 영상 원본인 너비 약 1~2m에 육박하는 강녕전, 교태전 정면도도 함께 전시한다.
경복궁 복원 건축 도면은 발굴 성과를 토대로 고지도, 문헌사료, 실측도면 등을 종합하여 만든 발굴·복원의 집합체이다. 도면 영상 맞은편에는 경복궁 밤풍경이 함께 어우러져 여름밤 궁궐을 거니는 느낌을 받도록 꾸몄다.
4부 ‘봄어름 처음녹고’에서는 2045년 경복궁 복원이 마무리 된 후 맞이할 경복궁의 봄을 3면 대형 영상으로 구현한다. 복원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이름 별무리로 ‘북궐도형'(1865년 경복궁 중건 후 19세기말에 제작된 경복궁 평면 배치도)을 그려 디지털 ‘상량문’으로 재해석했다.
또한, 복원공사에서 사용한 공구와 근정전, 향원정 보수 시 교체된 부재들을 함께 전시해 경복궁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보수방법과 노력을 선보인다.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온라인 콘텐츠도 제공한다. 경복궁의 사계절을 담은 타임랩스, 전시 해설 등 관련 영상을 문화재청과 박물관 유튜브로 제공하고, 전시실 전경, 유물설명, 사진을 담은 가상현실(VR) 콘텐츠도 공개할 예정이다. 경복궁의 사계절을 담은 사진집도 내년 초 발간된다. 지난 1년간 발굴 현장과 복원 공사 모습을 촬영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광화문 인근 지역의 역사를 조망하는 ‘광화문 600년: 세 가지 이야기’ 서울역사박물관-국립고궁박물관-대한민국역사박물관 협력전시 중 두 번째 이야기에 해당한다. 앞으로도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왕실의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기 위해 광화문 소재 박물관들과 전시 콘텐츠 개발 및 협력을 이어갈 것이다.
김인규 국립고궁박물관 관장은 “조선 중심 궁궐이던 경복궁이 원래 모습을 되찾고 연간 1000만명이 찾는 생명력 넘치는 희망찬 미래의 모습을 갖게 되기까지를 조명한다”며 “관람객들은 복원 과정의 수고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