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지로 알려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베들레헴에서 3년 만에 크리스마스 공식 기념행사가 다시 열렸다. 가자지구 휴전이 성사되며 중단됐던 성탄절 행사가 재개된 것이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의 마음에는 축제의 기쁨보다 여전히 깊은 불안과 긴장이 자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크리스마스를 맞은 베들레헴 거리에는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는 성경 구절이 적힌 현수막이 걸렸고, 구유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마켓과 20미터 높이의 대형 트리가 세워졌다. 캐럴을 연주하는 행진 악단의 음악도 다시 울려 퍼졌다.
마헤르 카나와티 베들레헴 시장은 이번 성탄절을 “축제이자 희망의 선언”이라고 표현하며 “우리는 평화를 원하고, 삶을 원한다. 이 땅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 평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안지구 곳곳의 기독교 공동체들도 조심스럽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되살리고 있다. 서안지구의 마지막 기독교 마을로 불리는 타이베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합창단의 평화 노래와 함께 소박한 축제가 이어졌다. 라말라에서 만난 한 청년은 “불빛과 장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아직 여기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축제의 분위기 뒤편에는 여전히 침울한 현실이 존재한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내 불법 정착촌 확장이 최근 몇 년 사이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경고했다. 정착민들의 폭력으로 부상당한 팔레스타인 주민 수도 지난해를 이미 넘어섰다.
베들레헴 구유 광장 인근에서 일하는 한 카페 직원은 “크리스마스가 베들레헴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기회이긴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진정한 기쁨을 느끼기엔 아직 현실이 너무 무겁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학교 상담사는 정치적 긴장 속에서 자라온 아이들에게 이번 성탄절이 잠시나마 기쁨과 희망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한 성직자는 설교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다시 이 땅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며 평화의 회복을 호소했다.
3년 만에 불이 켜진 베들레헴의 크리스마스트리는 단순한 축제의 상징이 아니라, 여전히 끝나지 않은 갈등 속에서 평화를 바라는 주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비추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