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하루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4만명에 달하면서 우리 경제가 새로운 경기 하방 위험과 마주했다.
우리 경제는 올들어 고물가·고환율·고금리 환경에 접어들면서 위기 징후가 뚜렷해졌다. 이러한 3고(高) 경제는 그나마 사전 대책을 세울 수 있는 ‘회색 코뿔소'(예측할 수 있는 위험)에 가까웠다.
문제는 코로나 재유행이라는 ‘검은 백조'(예측 불가한 위험)까지 설상가상으로 겹치는 때다. 이 경우 하반기 경기 침체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되는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코로나19 여름철 재유행 대비·대응 방안’이 확정된다. 해당 방안에는 4차 접종 대상자 확대 계획과 확진자 격리 의무 조정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전날 기준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3만7360명을 기록했다. 이는 1주 전보다 약 2만명 증가한 규모이면서 지난 5월 중순 이후 62일 만에 최대치다.
한 주 만에 확진자 수가 2배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9일 연속으로 이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확산세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다음 주에는 하루 확진자가 10만명을 돌파할 수 있다고 본다.

재유행 조짐은 하반기 우리 경제에 무시하기 힘든 악재다. 물가 급등과 수출 정체 속에서도 거리두기 해제 여파로 움트던 내수가 다시 주저앉을 위험성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6.0%를 나타냈다. 연간 물가 상승률은 정부 전망치인 4.7%를 넘어 5%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부터 연말까지 물가 상승률이 쭉 0%여도 연간 상승률은 4.7%에 이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마지막 보루 격인 수출도 최근 둔화세를 보이는 중이다. 무역 수지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6~9월) 이후 14년 만에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앞선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도 성장률을 떠받치던 수출이 흔들리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이러면 성장률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부문은 내수와 투자밖에 남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로 재정 여력이 약해진 터라 정부 소비는 성장 여지가 협소하다. 새 정부의 재정 건전성 중시 기조를 고려하면 연내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에 희망을 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근 설비 투자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점은 그나마 호재다. 백신 보급으로 인해 고강도 거리두기로 회귀할 가능성이 낮게 평가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재확산이 현실화할 경우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민간 소비가 위축되면서 투자 개선세 상쇄는 불가피해진다.

최근 정부는 올 한국 경제가 2.6%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유지했다. 국제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리스크가 남은 하반기에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단정짓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환율 등 대외 리스크들이 어느 정도 안정되느냐, 안 되느냐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 당초 내세운 성장률 전망치 2.6%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외 리스크 추이를 판단하기도 전에 국내 코로나19 재유행이 현실화하는 경우다.
이미 우크라 사태와 주요국 금리 인상 등 대외 리스크에 따른 최근의 위기는 실물과 금융이 복잡하게 얽힌 복합 위기 양상을 띠고 있다. 여기에 대내 요인에 의한 악영향까지 더해지면 보다 총체적인 위기를 뜻하는 ‘퍼펙트 스톰’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새 정부 경제팀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변수를 만나 위기 관리가 보다 어려워지게 된다. 안 그래도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의 복합 위기 양상을 고려할 때 “정부가 위기 대응을 위해 경제에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