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역사상 최고가인 3000만원을 돌파했다. 이른바 ‘가즈아 열풍’으로 비유된 비트코인 투자 광풍이 불었던 지난 2018년 초 국내 거래 최고가는 2888만5000원로 약 3년 만에 신기록이다.
비트코인은 올해만 3.5배 이상의 수익을 낸 최고의 투자자산으로 떠올랐다. 지난 1월1일 비트코인 거래 가격은 832만7000원(종가)이었다.
27일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업비트에 따르면 오전 10시40분 비트코인은 전일보다 1.27% 오른 297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10시8분쯤 거래 역사상 최고가인 3001만원(고가)에 거래됐다.
금융투자업계는 막대한 유동성과 달러의 공급으로 화폐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 약세 압력도 높아져 그 대안으로서 비트코인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암호화폐 투자시장에 가세해 상승세가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글로벌 금융기관은 ‘큰손’ VIP 고객과 밀레니얼 세대의 수요의 증가와 디지털금융 발전 가능성을 이유로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이번 비트코인 상승장이 과거와 달리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배경이다.
두바이 소재 재무설계컨설팅 기업 드비어그룹의 나이젤 그린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월스트리트 거물들이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점점 찾는 추세”라며 “기관이 비트코인에 많은 관심을 갖자 일반 투자자의 관심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피델리티와 JP모건이 잇따라 암호화폐 서비스를 출시하며 글로벌 금융사들의 행보가 빨라졌다”며 “제도권의 편입과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진출을 생각해보면 2017년의 광풍과는 사뭇 달라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7년 비트코인 상승장은 일반 투자자의 맹목적인 투자로 시작됐지만 이번 상승장은 기관 투자자의 진입과 맞물린다.
암호화폐 공시 포털 ‘쟁글’을 운영하는 크로스앵글 측도 이번 상승장을 2030 젊은 투자자와 미국 기관 투자자가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로스앵글 관계자는 “르네상스테크놀로지, 드러켄밀러 등 몇몇 헤지펀드가 투자자산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거나 트레이딩을 하기 시작했다”며 “미국 암호화폐 신탁펀드 투자사 그레이스케일 신탁 규모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비트코인 전송을 빠르게 돕는 ‘라이트닝네트워크’ 등 블록체인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투자자의 기대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그간 비트코인은 ‘가치저장수단으로만 쓰일 뿐 비트코인으로 빵을 사 먹을 순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도 쓸 수 있는 길이 기술적으로 열렸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비트코인의 가치가 당분간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 부양을 위해 올해만 3조 달러 이상을 풀면서 비트코인 시세가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장기투자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꼽는 투자자가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세르게이 나자로프 체인링크랩스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은 (경기부양을 위해) 점점 많은 돈을 풀고 있는 중앙은행으로부터 피난처를 찾는 투자자들에게는 안식처”라고 말했다. 한대훈 연구원 역시 “튤립버블이라고 치부되던 비트코인이 화려하게 복귀했다”고 평가하며 “비트코인은 2018년을 제외하곤 지난 4년간 주요 자산 가운데 수익률 1위를 기록 중이기도 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