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와 함께 국제질서의 축이 근본적으로 이동한 해로 기록됐다. 자유주의 규범과 동맹 신뢰가 중심이던 외교는 거래와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리주의로 전환됐고, 그 여파는 전 세계로 번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전면에 내세우며 관세를 핵심 외교 수단으로 활용했다. 관세는 더 이상 무역 불균형 시정에 국한되지 않았다. 동맹국 압박, 이민 통제, 타국의 내부 정치 사안까지 관철하는 만능 카드로 쓰였다. 세계는 언제 어떤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에 놓였다.
동맹 관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정한 부담’을 강조하며 한·일을 포함한 동맹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에 국방비 증액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지역 안보의 일차적 책임을 동맹에 돌리면서, 전통적 의미의 ‘대서양 동맹’은 사실상 붕괴 단계에 접어들었다.
미·중 경쟁은 무역전쟁을 넘어 기술·자원 패권전쟁으로 확전됐다. 미국은 반도체·인공지능(AI)·배터리 등 전략 기술에 대한 대중 봉쇄를 강화했고, 중국은 희토류와 핵심 광물 통제로 맞섰다. 각국은 효율보다 안보를 앞세우며 공급망을 재편했고, 세계화는 후퇴하는 대신 블록화가 가속됐다. 10월 부산 미·중 정상회담으로 잠시 긴장이 완화됐지만, 전문가들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는 ‘불안한 휴전’으로 평가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 내부의 균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의 전황 우위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를 압박했다. 8월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은 종전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국제사회 복귀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영국·프랑스·독일은 미국과 거리를 두고 독자적 해법을 모색하면서 서방 공조는 크게 흔들렸다.
가자 전쟁의 양상도 달라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휴전 압박과 인권 문제 제기를 최소화하며 이스라엘의 군사적 자율성을 폭넓게 보장했다. 그 결과 공습과 지상작전은 장기화됐고 민간인 피해는 급증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뿐 아니라 이란 핵시설까지 공격 범위를 넓히며 분쟁을 중동 전역으로 확장했다.
동아시아에서도 긴장은 고조됐다. 일본에서는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등장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한편, 중국과는 정면 충돌했다. 11월 대만 관련 발언은 군사적 긴장으로 이어지며 역내 불안을 키웠다.
질서 붕괴 속에서 예상 밖의 변화도 나타났다. 시리아는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과도정부를 세우며 국제사회로 복귀했고, 한때 테러리스트로 지명수배됐던 아메드 알샤라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와 악수하는 장면은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맹’이 되는 시대를 상징했다. 브라질에서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쿠데타 선동 혐의로 수감됐고,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을 반인도적 범죄로 헤이그에 세웠다.
2025년 세계정치는 규범보다 거래, 가치보다 힘이 앞서는 질서로 급격히 이동했다. 트럼프가 촉발한 이 변화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 아니면 새로운 국제질서의 상수가 될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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