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추위 속, 전통 속옷과 흰색 양말만 착용하고 사기(邪氣)를 날리는 일본의 알몸 전통 축제, ‘고쿠세키사 소민제(祭)’가 1000년 역사의 막을 내렸다.
CNN은 ‘벌거벗은 남자들의 축제’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이 축제가 일본의 고령화 위기의 희생양이 됐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민제가 열리는 지역의 인구는 고작 885명. 그 중 절반 이상은 65세 이상 고령자다.
지금까지 축제를 이끌어 온 주최측은 개최에 필요한 젊은 참가자를 충분히 찾을 수 없다고 인정했으며 후계자가 부족하다고 인정하고, 지난 2월 17일을 끝으로 더 이상 축제를 열지 않기로 했다.
소민제는 매년 음력설 7일, 이와테현(県) 북동부 고쿠세키 절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다. 풍작·번영·건강·다산 등을 축하하는 의식으로, 주민들도 참여하지만 관광객 3000여 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다.
축제 참가는 남성만 가능하며, 일주일 전부터 육류, 어류, 계란, 마늘, 부추 등 향이 강한 음식은 섭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본무대는 철야로 진행되는데 ‘훈도시’라는 전통 속옷을 입은 참가자들이 “쟛소!”라는 구호를 외치며 소원을 적은 등롱을 손에 쥐고 행진한다. ‘쟛소’라는 구호는 요사스럽고 나쁜 기운을 뜻하는 ‘사기’를 없앤다는 뜻이다. 냇가에 도착한 다음에는 2.8도 물속으로 들어가 냉수마찰을 한다.
클라이막스는 오후 10시쯤 진행되는 ‘쟁탈전’이다. 풍년과 역병 퇴치를 기원하는 행사로, 부적이 든 주머니를 서로 뺏기 위해 한 시간 가량 뺏고 빼앗는 싸움판이 벌어진다. ANN에 따르면 주머니를 손에 넣은 승자에게는 오곡 풍양의 복이 찾아온다는 전설이 있다.
1000년 축제의 마지막 승자는 축제 보존회 회원인 기쿠치 도시아키(49) 씨가 차지했다. 그는 NHK에 “축제가 끝나서 아쉽다. 기억에 남는 축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가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후지나미 고쿠세키 주지승은 “마음을 모아주신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한편 일본의 인구는 1980년대 경제 호황기 이후 꾸준히 감소해 왔다. 합계출산율은 1.3명으로,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2.1명에 미치지 못했다. 10년 넘게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세계 경제 규모는 독일에 밀려 4위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