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지방선거를 연달아 이긴 국민의힘의 관심이 ‘당권 전쟁’으로 옮겨 붙었다.
극한까지 치닫던 이준석 당 대표와 당내 최다선 정진석 국회부의장의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이 대표의 혁신위원회·친윤 의원 공부모임 ‘민들레’·안철수 의원 추천 최고위원 등 뇌관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6·1 지방선거 이후 친윤계와 이 대표, 안 의원 세 개 축 사이에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폭발력이 강한 뇌관은 출범을 앞둔 혁신위원회다. 최재형 혁신위원장은 16일 최고위에 인적 구성을 보고하고 혁신위를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 출범 필요성에는 크게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의제다. 앞서 이 대표는 혁신위 출범을 선언하면서 ‘공천 룰’을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공천 룰’은 통상 주류세력을 겨냥한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내후년 총선 공천권에 대한 친윤계의 영향력을 막기 위해 혁신위를 추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친윤계인 배현진 의원이 지난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가 이 대표의 사조직에 가깝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반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 원내 관계자는 “자꾸 공천 얘기부터 나오다보니 혁신위 의제에 대해 굉장히 불편하게 생각하는 의견이 당내에 많다”면서 “혁신위가 이 대표의 ‘자기 정치’ 차원으로 보이는 게 아닐까 하는 염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친윤 의원들이 주축이 된 의원 모임 ‘민들레'(민심 들어 볼래)도 뇌관이 될 수 있다. 앞서 당 안팎에서 민들레 모임에 대해 “당내 친윤계 의원들의 세력화가 시작된게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오자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공개적으로 모임 발족을 반대했다. 장 의원이 하루 만인 11일 모임 불참 의사를 밝히고 “윤석열 정권에서 성동이 형과 갈등은 없을 것”이라고 하며 당내 계파 논란이 일단 잠잠해진 분위기다.
그러나 민들레 모임 공동 간사를 맡은 이용호 의원이 전날(15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오해가 풀리고 소나기가 그치면 하자”고 모임을 재추진할 뜻을 밝혀, 발족 이후 언제든 뇌관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철수 의원이 추천한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울 두고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안 의원은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으로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 2명을 추천했는데, 국민의힘 지도부가 재고를 요청하면서다.
안 의원이 “화합의 제스처로 추천한 것”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자, 이 대표는 “화합을 이유로 한다면서 재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일방적으로 강행하겠다는 것인데 모순된 얘기”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 원내대표까지 참전하면서 전선이 더욱 확대될 태세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당정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과 당이 한 약속이기에 가급적 지키는 것이 옳다는 게 제 입장”이라면서도 “안 의원이 양보하면 김윤 하나만 받으면 (최고위가) 9명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혀 완곡히 정 의원을 반대하는 뜻을 내비쳤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최고위원 2명 추천건은 이미 두 달 전에 합당할 때 국민들 앞에서 약속드린 부분”이라며 애초 추천한 최고위원 2명을 그대로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의원은 주변에 “이 대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달 말 열릴 윤리위에서 이 대표의 ‘성 접대’ 의혹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당내 주도권 싸움에서 누가 이길지 판가름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공개 회의를 요구하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고, 당내에선 일단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징계 수위는 △제명 △탈당 권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4단계다. 이 대표가 성비위로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가 확정되면 비대위를 구성하자는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 대표가 반발하면서 당이 극심한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들레나 혁신위 등 문제가 커질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영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윤리위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준석 대표가 당 대표의 역할을 어느정도 객관적이고 안정적으로 수행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