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당 후보 선출 후 처음으로 미국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한미관계를 두고 상반된 입장을 나타내면서 13일 대통령 도전자로서 외교술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전날(12일) 존 오소프 미국 조지아주 상원 의원과 시간차를 두고 접견했다. 윤 후보는 오소프 의원 외에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함께 만났다.
두 후보는 “한미가 포괄적인 협력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지만, 양국 동맹 성격에 대해서는 뚜렷한 견해차를 보였다.
이 후보는 “오소프 의원이 한국의 역사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며 “한국 입장에선 미국의 경제적 지원과 협력 덕분에 오늘날 세계에서 유일하게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중 경제선진국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얻었다. 미국의 지원과 협력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보 동맹을 넘어 군사, 경제 협력을 포함한 포괄적인 협력 관계가 계속 확대·구축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1905년 대한제국의 국권 피탈 원인이 됐던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언급하며 한미외교사의 공과를 구분했다.
그는 “거대한 성과 이면에 작은 그늘이 있을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일본에 한국이 합병된 이유는 가쓰라-태프트 협약으로 승인했기 때문이고 분단 역시 일본이 아닌 전쟁 피해국인 한반도가 분할되면서 전쟁의 원인이 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오소프 의원께서 이런 문제까지 관심을 갖고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어 대단하다는 생각으로 말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 후보는 ‘한미 포괄적 동맹’을 강조했다. 이 후보의 ‘포괄적 협력 관계’보다 한층 더 강화한 한미동맹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윤 후보는 “한미동맹은 전통적인 안보뿐만 아니라 보건·행정·기후·첨단 디지털 협약 등 모든 분야에서 포괄적 동맹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동맹의 중요성은 안보를 넘어서서 글로벌 이슈(쟁점)까지 확고한 동맹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한국인들은 한미 안보 동맹이 경제성장과 번영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미국과 전 세계 민주주의와 인권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의 확실한 연대에 의해서 글로벌한 이슈들이 잘 해결되길 바라고, 한국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외교안보정책 공약으로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 안보 동맹을 넘어 아시아태평양지역 평화와 뉴프런티어 분야(보건·기후·신기술·우주·사이버·원자로)까지 한미동맹의 연대와 범위를 대폭 강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후보의 ‘가쓰라-태프트 밀약’ 언급을 두고 여야의 공방은 거셌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 대선 후보가 처음 만나는 혈맹국 의원에게조차 ‘네 탓’을 시전할 것이라고는 미처 상상할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은 “전체적인 맥락을 비틀고 선택적으로 문장을 잘라내어 한미 정부와 양국 국민을 이간질하려는 저의”라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