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아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아내’와 관련한 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18일 대선 판세가 출렁이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사과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지만 의혹의 진위 여부 등 후폭풍을 일으킬 사안들이 남아 있는 점은 부담이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 한 언론매체가 이 후보의 장남의 ‘상습 도박’ 의혹을 제기하면서 가족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후보는 의혹 제기 약 4시간 만에 신속히 사실을 인정하고 머리를 숙였다. 대선 판세를 뒤흔들 수 있는 가족 리스크에 ‘신속한 사과’와 ‘책임지는 자세’를 내세우며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제 아들의 못난 행동에 대해 실망하셨을 분들께 아비로서 아들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치료도 받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이어 “스스로에 대해 무척이나 괴로워한다. 온당히 책임지는 자세가 그 괴로움을 더는 길이라고 잘 일러주었다”며 사과와 동시에 ‘책임’도 강조했다.
아들 이씨도 선거대책위원회를 통해 “당사자로서 모든 일에 대해 책임지고 속죄의 시간을 가지겠다”며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아들의 불법 도박이) 형사 처벌 사유가 된다면 당연히 선택의 여지 없이 책임져야 한다”며 내로남불과 거리를 두는 ‘공정’ 메시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씨의 성매매 의혹 등이 추가로 제기되며 이 후보도 가족 리스크에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씨는 포커 커뮤니티 사이트에 마사지 업소 방문 후기도 올려 성매매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후보는 “확인을 해봤는데 (장남이) 성매매 사실은 없었다고 한다”며 “본인이 맹세코 아니라고 하니 부모된 입장에선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같은 가족 리스크에 대해 “확인되면 바로 사과하는 게 맞다. 사실 확인 후 사과할 게 있으면 한다는 원칙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아내 김건희씨의 ‘허위’ 의혹이 발목을 잡고 있다. 종류는 학력·경력·수상이력 크게 세 가지다.
학력은 서울대 전문대학원(경영) 졸업을 일반대학원으로 변경한 것 등이다. 경력은 지난 2007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겸임교수 초빙 지원서’에 ‘2002년 3월부터 3년간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팀 기획이사로 재직했다’고 적은 점 등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004년 6월에 설립된 곳이다.
수상이력은 2004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수상했다고 했지만 출품작 자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됨에도 “사실 확인 후 사과할 일이 있다면 사과하겠다”는 ‘고자세’를 취하던 윤 후보는 여론이 악화하자 결국 논란 사흘 만인 전날(17일) 고개를 숙였다.
윤 후보는 전날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아내의)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자체만으로도 제가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은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윤 후보는 “과거 제가 가졌던 일관된 원칙과 잣대는 저와 제 가족, 제 주변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며 “아내와 관련된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달게 받으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께 다가가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전격적인 사과에 나선 이유에는 여론 악화가 결정적이란 분석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밖으로 이 후보를 앞서던 윤 후보는 선대위 구성에서 ‘김종인-이준석’과의 갈등에 이어 아내 의혹, 특히 윤 후보의 상징이 된 ‘공정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허위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지지율이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사과 요구에 이어 바닥 민심을 후보에게 가감없이 전달하는 후보전략자문위원회의 ‘쓴소리’ 등이 결합하며 윤 후보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단순히 ‘사과’로 그칠 일은 아니란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유력 대선 후보의 아내의 허위 경력에 대한 의혹인만큼 사실 관계를 따지는 일이 뒤따라야 한다. 사과로 그칠 일이 아니란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김씨가 영부인이 되는 만큼 그 전에 분명하게 털고가는 것이 옳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와 달리 외부 활동을 일체 않는 김씨의 행보도 이 때문에 많은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당 관계자는 “김 여사가 공개 행보를 안 할 수는 없는데 어떤 명분을 갖고 나오는지가 관건이다. 오래된 일이기도 해서 사실 관계 파악을 여사의 기억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어떻게 털고 가야 하나 고민이 크다”라며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기된 의혹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유감 표명 등은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