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타이포(Tai Po) 지역의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가 77년 만의 최악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AFP 통신에 따르면 28일 오전 기준 사망자는 83명, 중상자 29명, 위중 환자 12명으로 집계됐다. 소방관 1명이 숨졌으며 실종자도 279명에 달한다.
이번 사고는 1948년 영국령 시절 176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던 ‘창고 폭발’ 사고 이후 가장 큰 인명 피해다. 현지 조사당국과 외신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피해를 키웠다고 분석하며 다음 다섯 가지 원인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첫째, 외벽 대나무 비계(足場)에서 작업 중이던 외국인 노동자의 ‘흡연 불씨’가 최초 발화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담배꽁초를 다수 발견하고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둘째, 공사 자재의 안전 기준 미달 문제가 지적됐다. 외벽을 둘러싼 방수포는 방염 처리가 되지 않은 플라스틱 재질이었고, 창틀 주변에는 스티로폼 단열재가 부착돼 있었다. 이 구조물이 불길을 굴뚝처럼 끌어올리며 확산 속도를 비정상적으로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셋째, 사고 당시 기상 조건도 피해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홍콩 기상청은 강풍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였다고 밝혔고, 비계 틈으로 바람이 유입되며 불길이 수직 방향으로 급격히 번진 것으로 파악됐다.
넷째, 대피 통로가 공사 자재 등으로 막혀 있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일부 층에서는 외부 방수포가 진출입로를 가로막아 탈출 자체가 어려웠고, 공사 중 설치된 잠금장치 때문에 출입문이 제때 열리지 않았다는 주민 진술도 나왔다. 이로 인해 소방 장비 투입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섯째, 화재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부 주민들은 “경보가 울리지 않아 연기를 보고서야 화재를 알았다”고 말했다. 홍콩 소방청은 당시 알람 시스템 작동 기록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소방 당국은 불타 떨어진 잔해가 강풍을 타고 옆 건물로 날아가며 화재가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정부는 대나무 비계를 금속 재질 등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긴급 검토하고 있다.
현재 건설사 관계자 3명은 안전 기준 미달 자재를 사용한 혐의로 과실치사 charges(과실치사 혐의)로 체포됐다. 주변 지역에는 9개의 대피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홍콩 정부는 유스호스텔·호텔 1,000개 객실을 긴급 확보했다. 이후 주민들은 1,800개 규모의 임시 거주 지원 주택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홍콩 당국은 최종 발화 지점과 화재 확산 경로를 규명하기 위해 현장 감식과 관련자 조사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으며, 외신들은 이번 사고가 노후 주택 안전 규정과 공사 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