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도 중고차 사업의 구체적 청사진을 밝히며 중고차 시장 공식 진출을 선언했다. 한 그룹 두 가족인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전략은 같은 듯 다르다. 꼼꼼한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자사의 인증 중고차 판매를 기본으로, 형님 격인 현대차는 중고차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를 위한 ‘포털 구축’을, 아우격인 기아는 ‘구독 프로그램’을 내세운다.
2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현대차에 이어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구체적 사업방향을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는 5년·10만km 이내의 자사 차량 중 200여개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차량만을 대상으로 인증 중고차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인증 중고차 전용 센터도 구축한다. 현대차는 ‘하이테크센터’, 기아는 ‘리컨디셔닝센터’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의 중고차 전용 센터를 통해 중고차의 성능과 상태를 진단하고 인증 체계 등을 만들어 중고차의 상품성을 신차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보상판매’도 공통점이다. 소비자가 타던 차를 비교적 공정한 가격에 매입하고 매각을 결정한 고객이 신차를 구입할 때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보상판매를 통해 신차 판매를 촉진하고 매입된 차를 다시 중고차 매매업자에게 되파는 형식으로 단숨에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인증 중고차 전용 센터 구축과 보상판매 등 큰 그림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서비스를 내세우며 소비자를 끌어들인다는 방침이다.
기아가 내세우는 강점은 최장 한 달간 차량을 체험해 본 후에 구매여부를 결정하는 ‘구독 서비스’다. 기아는 현재 운영 중인 구독서비스 ‘기아 플렉스’에서 계약만료된 차량을 리컨디셔닝센터에 입고시켜 성능과 상태 진단, 정비 등의 과정을 거쳐 구독 서비스에 재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최종 중고차를 구매할 경우 한 달간의 이용료도 면제돼 중고차 구입을 고려하는 이들에게는 솔깃한 제안이다. 기아 관계자는 “기존 구독 서비스와 인증중고차 사업을 연계함으로써 차량 라이프 싸이클 연장은 물론 두 사업간의 시너지도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아는 또 전기차에 특화된 중고차 서비스도 선보인다. 2030년까지 전기차 선도 브랜드 도약을 목표로 한 만큼 중고 전기차 시장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의 잔여 수명과 안정성 등을 측정, 최저성능기준을 만족하는 차량만을 인증해 판매한다. 기아 관계자는 “중고 전기차에 대한 공정한 가치산정 기준이 제시되면 중고차 시장에서 전기차 거래가 활성화되고 이는 신차 판매 증가로 이어져 국내 전기차시장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기아의 중고차 판매는 모바일과 PC 등 디지털 플랫폼과 리컨디셔닝 센터 판매 등 온오프라인 복합형태로 운영된다.

기아가 구독서비스와 전기 중고차 특화를 내세웠다면 현대차는 중고차 시장에 만연한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가칭 중고차 연구소)’을 구축해 중고차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종합해 소비자 등 모든 중고차 시장 참여자에게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통합정보 포털은 △중고차 성능·상태 통합정보 △적정가격 산정 △허위·미끼 매물 스크리닝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중고차시장의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중고차 가치지수 △실거래 대수 통계 △모델별 시세 추이 △모델별 판매순위 등 중고차시장 지표와 트렌드 리포트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중고차 판매는 온오프라인을 혼합하는 기아와 다르게 온라인 가상전시장을 기반으로 한다. 상품검색·비교, 견적·계약, 출고, 배송에 이르기까지 구입 전 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온라인 원스톱 쇼핑을 구현하고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배송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회사 내부에 중고차 관련 사업 조직을 갖추는 등 중고차 진출을 위한 사실상 모든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기존 중고차 업계와의 자율조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11일 중고차 업계와 자율조정 4차 회의를 마쳤으나 완성차의 매집 제한과 3년간의 유예 기간 부여, 중고차 업계의 신차 판매 부여권 등에서 여전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자율조정을 통해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중기부는 ‘사업조정심의회’를 열어 조정안을 마련하게 되는데, 사업조정심의위가 개시되고 결론을 내기까지 통상 6개월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상반기 안에는 사업조정심의위가 열려야 현대차와 기아가 연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 4차 회의에서도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사안은 조만간 중기부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