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수도관이 녹슬고 이물질이 침착해 지름이 좁아지듯이 혈관의 가장 안쪽 벽에 콜레스테롤과 염증세포가 쌓여 혈관의 직경이 좁아지는 질병을 ‘죽상동맥경화증’이라고 한다. 노화 현상의 일종인 이 질환에 대해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전기현 교수를 통해 알아봤다.
◇ 나이 들면서 지방·염증세포 쌓여 좁아진 혈관 질환 ‘죽상동맥경화증’
사람이 나이가 들면 몸속 혈관 안쪽 벽에 콜레스테롤과 염증세포들이 쌓이는데 이것을 죽상동맥경화반 혹은 죽종(atheroma)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혈관의 직경이 좁아지는 질병을 죽상동맥경화증이라고 한다.
이렇게 좁아진 혈관은 각 장기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혈관의 위치에 따라 심혈관 질환이나 뇌혈관 질환, 혹은 말초혈관 질환이 돼 장기 각각의 기능을 떨어뜨리게 한다.
죽상경화증은 혈관 노화와 함께 혈관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내막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죽종'(동맥 벽의 세포 부스러기)이 형성되는 혈관 질환이다.
죽종의 내부는 죽처럼 묽어지고 그 주변 부위는 단단한 섬유성 막인 ‘경화반’으로 둘러싸이게 되는데, 경화반이 불안정해지면 파열돼 혈관 내 혈전이 생기게 된다. 또한 죽종 안에서 출혈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혈관이 아예 막히게 되고, 그 결과 말초로의 혈액순환 장애가 생기게 된다.
동맥경화증은 주로 혈관에 지방이 들러붙어 동맥이 좁아지고 탄력성을 잃게 되는 노화 현상의 일종이다. 최근에는 죽상경화증과 동맥경화증을 혼합해 죽상동맥경화라고 한다.

◇ 나이 들면 누구나…심혈관 질환, 국내 3대 사망률 ‘주의’
죽상동맥경화증은 어느 혈관에 생기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먼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기거나 혈관이 좁아져서 심장근육에 혈액공급이 부족해지는 질환은 협심증이라고 한다. 또 혈관이 완전히 막혀서 혈액공급이 안 돼 심장근육이 손상되면 심근경색이 일어나는 등 허혈성 심질환이 발생한다.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동맥과 경동맥에 문제가 생기면 뇌경색과 뇌출혈 등의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외에도 신장의 신장 동맥 및 말초혈관이 좁아지는 경우 신장 기능이 저하되는 신부전 및 허혈성 사지 질환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심혈관 질환은 뇌졸중, 암과 함께 국내 3대 사망률에 해당하며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발생과 진행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 누구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다.
하지만 위험 인자가 많을수록 빠르게 진행되므로 유의해야 한다. 주요 위험 인자로는 △고콜레스테롤증(고지혈증)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 부족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 과다 △높은 중성지방 △고혈압 △흡연 △당뇨병 △심혈관 질환의 가족력 △연령 증가 △운동 부족, 그리고 과체중 및 복부비만이 있다.
◇ 경동맥 초음파로 증상 발현 전 진단 가능
초기 단계에서 죽상동맥경화증의 진단은 쉽지 않지만, 증상이 나타나기 전 죽상동맥경화증을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경동맥(목 동맥) 초음파 등이 있다. 경동맥의 죽상동맥경화와 혈액순환 장애를 초음파로 비교적 간단하지만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복부 대동맥의 죽상동맥경화증과 혈전, 대동맥확장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법으로 복부 초음파·CT가 있으며, 관상동맥의 경우 관상동맥 석회화 검사 및 관상동맥 조영 CT를 통해 죽상동맥경화증의 중증도를 가늠할 수 있다.
심장혈관의 동맥경화로 인해 발생하는 허혈성 심장질환이 의심되는 경우는 심장근육에 허혈성 병변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운동부하 심전도 검사’ 혹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서 확인하는 ‘심장 핵의학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직접 관상동맥을 촬영하는 심장 혈관조영술이지만, 검사 자체의 위험성 때문에 의사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 약물치료·재관류 요법 있지만…규칙적인 운동이 가장 중요
허혈성 심장질환의 치료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동맥경화의 진행을 막고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치료와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거나 새로운 혈관을 이어주는 재관류 요법이 있다.
약물치료는 필요에 따라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아스피린과 동맥경화의 속도를 늦춰주는 지질강하제(Statin)를 사용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좁아진 혈관의 혈류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혈관 내로 도관을 넣어서 그물망처럼 생긴 스텐트를 삽입해 혈관을 넓혀주는 경피적 심혈관 중재시술 또는 경피적 혈관 성형술과 같은 내과적 치료가 있다. 외과적 치료에는 건강한 본인의 혈관을 이용해 좁아진 혈관 아래로 연결, 우회로를 만들어주는 관상동맥 우회 수술이 있다.
혈관 역시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노력에 따라 젊게 관리할 수 있다.
혈중 지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육체적 활동이나 유산소 운동을 중증도 정도의 강도로 주 3회 이상, 하루에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중증도의 강도란 30분간 빠른 걸음 걷기, 20분간 수영, 자전거타기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죽상동맥경화의 위험 요인이 되는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해야 한다. 기름기가 많거나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은 줄이고, 견과류나 신선한 과일 위주로 섭취하며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저용량의 아스피린은 혈전의 생성을 억제해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나 상복부 불편감, 소화불량과 같은 위장장애뿐만 아니라 출혈경향을 높여서 위장관 출혈이나 뇌출혈과 같은 심각한 출혈의 위험이 있다. 따라서 예방적 목적을 위한 아스피린의 복용은 전문의의 상담을 통하여 임상적인 득과 실을 따져서 복용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