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아이를 낳고 키우며 아이가 어렸을 때 나는 자주 어서 오십 살이 되었으면 했다. 말 한마디 못하고,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하루 종일 막무가내로 울고 떼쓰고 도망 다니는 아이가 감당이 안 되었다. 아이와는 바늘귀만큼도 소통이 안 되었다.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말도 몸짓도 호통도 소용이 없었다.”
수많은 장애 가정에 용기를 줬던 책이 ‘아들의 답장을 기다리며’가 다시 출간됐다. 장애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시대에 자폐인 아들을 기른 저자가 겪은 일이 차분하고 진솔하게 담겼다.
책에는 어떻게 공동체가 약자를 챙기고 돌볼 수 있는지, 어떻게 친구의 작은 관심이 학교에서 장애인의 따돌림을 막을 수 있는지, 사춘기를 맞은 발달장애인의 성적인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등과 같은 첨예한 문제가 계속 등장한다.
평범한 엄마가 전문적인 지침서보다 더 지혜롭게 문제를 헤쳐간 비결은 끊임없는 소통과 인간에 대한 믿음, 그리고 사랑이었다.
‘차라리 아이를 데려가라’고 울부짖는 엄마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책은 ‘우리의 인생 여정에 반드시 올라야 할 큰 산이 하나 있었고, 우리는 그 산을 부지런히 올랐을 뿐’이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가장 큰 부정에서 출발해 가장 큰 긍정으로 나아가는 셈이다.
책에는 기막힌 사연이 가득하다. 그러나 그사이에 흩뿌려진 유머가 보석처럼 반짝여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평범하지 않은 아들과, 평범하지만 그런 아들을 위해 비범한 용기와 지혜를 내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라는 진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 아들의 답장을 기다리며 / 채영숙 지음 / 꿈꿀자유 / 1만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