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에서 진행 중인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이 미 이민당국의 전격적인 단속 이후 최소 2~3개월 지연될 전망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대표이사 사장은 11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자동차 콘퍼런스에서 블룸버그·로이터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태로 인해 최소 2~3개월의 지연이 불가피하다”며 “한국으로 돌아간 인력을 대신할 인재를 미국 내에서 찾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지난 4일 미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대대적인 이민단속을 벌여 475명을 체포한 이후 현대차 측 고위 인사가 처음으로 공식 언급한 것이다. 당시 구금된 인원 중 316명이 한국 국적자였으며, 대부분은 LG에너지솔루션 협력사 소속으로 확인됐다.
무뇨스 사장은 “공장 건설 단계에서 요구되는 특수 기술과 장비는 미국 내에서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며 “건설 공정에 참여하던 인력이 빠져나간 만큼 인력 재구성과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당분간 조지아주 커머스에 위치한 SK온 공장에서 배터리를 공급받는 방식으로 생산차질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그는 “비록 유감스러운 사건이었지만 현대차에게 미국 시장은 전략적으로 여전히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며 “앞으로도 투자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이날 ‘오토모티브 뉴스 콘그레스’에 참석해 “체포된 직원들이 무사히 귀국해 다행이며, 정부 간 긴밀한 협력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자 제도는 매우 복잡한 사안이며, 앞으로 한미 양국이 더 나은 제도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이번 이민단속이 산업계에 미치는 여파가 이제 시작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부 협력업체는 계약 중단과 일정 연기 가능성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공식 기소된 인원은 없지만, ICE는 강제노동 또는 인신매매 혐의까지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단속의 파장은 단순한 공정 지연을 넘어 현대차·LG뿐 아니라 미국 내 한국 기업 전반의 고용 전략, 비자 관리, 계약 체계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