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와 기아 등 대기업인 완성차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 시기가 28일 결정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날 오후 세종시에서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열어 현대차와 기아 등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관련 최종 권고안을 확정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사실상 중고차 진출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로, 이날 결정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가 파는 중고차를 이르면 2분기 안에 구매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업계에서도 중기부의 최종 결론이 현대차와 기아에 불리하게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중고차업계는 2년 내지 3년간 대기업의 중고차 사업개시를 연기하고 이후에도 3년간 대기업의 매입 및 판매를 제한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는 사업개시 연기와 매입 제한에 대해 절대 불가하고 중고차시장 점유율과 관련해선 2022년 4.4%, 2023년 6.2%, 2024년 8.8%내로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지난 2월부터 2차례 당사자간 자율조정과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4차례의 자율조정협의회를 열었으나 입장차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중기부는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 자율조정으로는 합의점 마련이 어렵다고 판단해 이날 사업조정심의회를 열어 최종 권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달 17일 중고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으면서 대기업인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 길을 열었다. 다만 중기부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사업조정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사업조정심의회는 중소기업의 사업기회 확보를 위해 3년 이내에서 기간을 정해 인수·개시·확장 시기를 연기하거나 생산 품목·수량·시설 등을 축소할 것을 권고할 수 있다. 권고안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41조2항의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사업조정심의회 결과 최종 권고안에 중고차 업계의 의견이 크게 반영될 경우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연내 진출은 불발될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기부의 권고안이 현대차와 기아에 불리하게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이미 중기부가 중고차 업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미지정했고, 이에 앞서 9년이라는 긴 시간을 끌어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고차 시장의 ‘완전개방’을 강하게 원하는 소비자들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강하다.
지난해 중고차 판매업 관련 을지로위원회 상생협력위원회 좌장을 맡은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가 2024년 중고차시장 점유율을 8.8%로 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점유율을 6~7%대로 제한하고, 중고차 업계에는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조정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중고차 업체에 추가로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금까지 10년에 가까운 유예 기간을 줬는데, 그동안 중고차 업계에서 개선된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중기부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했고, 현대차와 기아는 중고차 사업신청까지 마친 상태”라며 “무엇보다 소비자가 중고차 시장을 완전개방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유예기간 부여는 모두가 수용할 수 없는 결과”라고 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도 “이미 중기부 결정과 각종 협의회를 거친 상황에서 더 이상 결정을 늦출 명분 자체가 없기 때문에 중기부의 최종 권고안은 (중고차 업종 생계형업종 미지정과 같이)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을 허가하는 방향으로 나올 것”이라고 했다.
중기부의 결정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가 이르면 2분기 중 중고차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는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제시하고, 회사 내부에 중고차 관련 사업 조직을 갖추는 등 사실상 진출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다. 중기부의 결정에 따라 ‘당장’이라도 사업에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고차로 인해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당장이라도 중고차 사업을 개시할 수 있다”며 “중고차 경매 사업을 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2분기 안에 중고차 사업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필수 교수는 “본격적인 사업 개시는 내년부터 되겠지만 하반기부터 베타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현대차와 기아는 온라인에서 먼저 사업을 시작해 차별화를 두고, 향후 오프라인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