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점유율 11%대를 돌파했다.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호조와 관세 인상을 앞둔 미국 내 ‘패닉 바잉(panic buying)’ 수요를 효과적으로 흡수한 결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워즈 인텔리전스(Wards Intelligence)의 6월 29일 발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5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총 75만2778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11.0%를 기록했다. 이 중 현대차가 40만116대(점유율 5.8%), 기아가 35만2662대(5.2%)를 각각 차지했다.
양사의 점유율은 올해 들어 단 한 차례도 하락하지 않고 매달 꾸준히 상승했다. 1월 10.5%를 시작으로 2월 10.7%, 3월 10.9%, 4월 11.1%, 5월에는 11.6%를 기록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실적은 미국 정부가 4월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이후 나타난 소비자들의 조기 구매 움직임을 현대차와 기아가 빠르게 포착하고 대응한 데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선제적으로 재고를 확보해, 가격 인상을 우려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흡수했다.
특히 하이브리드차(HEV)의 판매 증가가 점유율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4월 한 달간 현대차·기아의 HEV 판매는 2만6134대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5.8% 증가했으며, 전체 판매도 전년 대비 16.3% 늘어나며 업계 평균 증가율인 11.1%를 크게 웃돌았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담을 피하려는 소비자의 조기 구매와 함께, 친환경차 중심의 라인업 확장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현대차·기아가 북미 시장에서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는 만큼 향후 점유율 확대 가능성은 더욱 높다”고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위치한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과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을 기반으로 향후 연간 120만 대의 미국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