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2025년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 1조6467억원, 매출 30조688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미국의 대(對)한국 25% 고율 관세가 본격 적용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주목된다.
현대차·기아의 관세 충격으로 인한 차량 가격 상승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품 공급을 담당하는 현대모비스의 실적 호조는 일종의 방패 역할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생산기지인 조지아 메타플랜트(HMGMA)와 연계된 공급망이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는 점은 애틀랜타 지역 산업계에도 긍정적인 신호다.
현대모비스는 일찌감치 앨라배마·조지아주에 전동화 부품 공장을 구축해 관세 리스크에 선제 대응해왔다. 미국 현지 고객사인 현대차와 기아가 수출보다 현지 생산 물량을 늘려가면서, 모비스의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BSA), 구동 모듈(PE 시스템) 납품이 급증한 것이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이 됐다.
특히 3월부터 본격 가동된 HMGMA 공장 생산 물량 확대는 고수익 부품의 출하 증가로 직결됐다. 현대모비스는 미국 내 AS용 부품과 신차 부품 대부분을 현지 재고 및 생산으로 충당하며 수출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2분기 미국 관세로 인한 현대모비스의 손실은 500억~600억원 수준으로 제한적이었다. 반면, 현지 전기차 부품 생산을 통한 미국 정부의 세액공제(AMPC)는 약 450억원에 달해 손실분을 대부분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에도 부품 생산량 증가에 따라 세액공제 혜택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와 달리, 완성차 브랜드인 현대차와 기아는 이번 2분기에 관세 여파로 각각 8282억원, 7860억원의 영업이익 손실을 입었다. 특히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9.4%로 떨어져 2022년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기아의 경우 미국 내 판매차량 중 현지 생산 비중이 43%에 불과해, 하반기에는 관세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아는 캐나다 등 제3국 수출 전환, 미국 내 마케팅 비용 절감, 현지 생산 확대 등 다각적인 대응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