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새벽 4시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한남동 관저 앞으로 차량 2대가 도착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지휘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관이 탄 차량이었다. 2차 체포영장 집행의 서막이었다.
앞서 관저 앞에는 서울과 수도권 반부패 수사대, 형사기동대 등 수사 인력 1100여명이 도착해 작전 개시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 5시가 조금 지난 시각 차정현 부장검사와 공수처 수사관들은 관저를 지키고 있던 경호처 직원들에게 체포영장을 제시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체포영장 집행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밤샘 집회를 이어간 시민 50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 탄핵 반대 2900명, 탄핵 찬성 2300명)이 몰려들었다. ‘윤석열 체포’와 ‘영장 저지’를 외치는 집회 참여자들이 뒤섞이며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은 오전 5시16분쯤 적법한 영장 집행을 방해하지 말라며 경고 방송을 했지만 지지자들은 폴리스라인을 잡고 버티는 등 대치를 이어갔다. 오전 5시30분쯤엔 김기현, 나경원 등 국민의힘 의원 20여 명과 윤 대통령 변호인단도 관저 앞에 몰려들어 인간 띠를 만들고 영장 집행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정문이 여의치 않자 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우회로로 진입을 시도했다. 오전 5시 49분부터 관저 입구는 물론 관저 뒤 매봉산 등산로 등으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오전 6시55분쯤 경찰은 관저 앞에서 출입문을 개방해달라고 방송하면서 경호처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하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공조본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오전 7시 34분. 경찰과 공수처 수사관들은 인간 띠를 뚫고 버스 차 벽 등으로 이뤄진 1차 저지선으로 진격했다. 일부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지만 1차 체포영장 집행 때와 같은 격렬한 저항은 없었다.
경찰은 직접 버스 안으로 들어가 운전하는 방식으로 차를 진입로에서 차례로 치웠다. 주위 철조망은 절단기로 잘라가며 이동했다. 경호처는 철조망 절단을 보고도 별도 저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 차 벽으로 가로막힌 2차, 3차 저지선도 초소 통과 등 우회하는 방식으로 수월하게 통과했다. 3차 저지선 통과 시점은 8시25분쯤. 1차 저지선 통과 시점으로부터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끝날 것 같았던 체포영장 집행은 마지막 저항에 부딪혔다. 윤 대통령 측이 자진 출석하겠다며 관저에 진입한 공수처 검사와 협상을 시도했다. 관저 안에는 윤 대통령 변호인과 국민의힘 의원들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경찰 체포조는 관저 안으로는 진입하지 않았다.
대치 상황은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공수처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상 자진 출석은 불가능하다”고 거절했다.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받겠다는 요구 역시 “그럴 거면 체포영장 청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축했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공수처가 있는 정부과천청사가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이 오전 9시쯤부터 정부과천청사에 들어와 공수처 등 주변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오전 9시를 넘어서자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경찰 대형 호송 버스들이 속속 도착해 정부과천청사 주변에 차 벽을 설치하는 등 윤 대통령 압송을 대비했다. 경기남부청은 이날 오전 9시 40분 기준 대형 버스 23대 6개 중대 경력을 과천청사 인근에 투입했다.
오전 10시 33분. 공수처는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공수처 검사 2명으로부터 체포영장 설명을 듣고 “알았다. 가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된 윤 대통령을 태운 차량을 포함해 약 10대의 차량은 이날 오전 10시 35분쯤 대통령 관저를 출발해 오전 10시 50분쯤 공수처가 위치한 정부과천청사에 진입했다.
오전 10시 51분 윤 대통령을 태운 경호 차량이 공수처 보안문을 통과하기 시작했고 뒤따라 들어온 경호 차량에서 김홍일 변호사 등 윤 대통령 측 변호인들이 줄지어 하차해 공수처로 입장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에 출석해 오전 11시부터 2시간 반 동안 조사를 받았다. 대통령 조사의 경우 예우 차원에서 티타임이 열리기도 했지만, 이번 조사엔 그 절차가 생략됐다. 윤 대통령은 조사 중 영상 녹화를 거부하고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오후 2시 40분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국회 봉쇄 및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 전반을 지휘했는지, 선거관리위원회 장악 및 직원 체포 등을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수처는 체포 시점부터 48시간 내 구속영장을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조사가 끝난 뒤 윤 대통령은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 머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