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마지막 핵 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이 5일 만료되면서 전 세계 군비 경쟁이 본격적으로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스타트는 2010년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해 2011년 발효된 핵 군축 조약으로, 양국이 실전 배치한 전략 핵탄두 수를 1550기로 제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 등 핵 투발 수단을 총 700기로 묶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발사대 역시 핵무기 탑재 여부와 무관하게 800기로 제한되며, 매년 상호 현장 사찰도 허용됐다.
조약은 당초 10년 시한이었지만 2021년 5년 연장되며 유지돼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찰이 중단됐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조약의 실효성은 급격히 약화됐다.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조약상 정보 제공과 통보 절차를 중단했다고 밝히며 사실상 상호 불이행 상태에 들어갔다.
트럼프 행정부는 뉴스타트 연장에 부정적 입장을 유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포함한 새로운 3자 핵 군축 협정을 요구하며 기존 조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핵 전력이 현저히 적다는 이유로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전 세계 핵탄두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의 핵탄두 수는 약 600기로 추산된다. 미국은 중국의 핵 보유량이 향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뉴스타트 종료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러시아 외무부는 조약 만료와 함께 더 이상 어떤 핵 제한 의무에도 구속되지 않는다며 향후 조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고위 인사들은 핵 군비 경쟁이 가속화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상대적으로 핵 전력 증강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뉴스타트 종료가 자국의 전략적 위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미국은 조약 만료 이전부터 핵 전력 현대화와 증강에 착수한 상태다. 중국 역시 최근 열병식 등을 통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하며 핵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유엔은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미·러 전략 핵무기에 대한 구속력 있는 제한이 없는 세계에 직면했다”며 국제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위기라고 경고했다. 그는 양국이 검증 가능한 새로운 군축 체제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핵과학자회는 뉴스타트 만료와 핵 통제 리더십 부재를 이유로 인류 파멸을 경고하는 ‘운명의 날 시계’를 자정까지 85초 전으로 앞당겼다. 전문가들은 핵무기 제한이 사라질 경우 오판이나 사고, 의도치 않은 충돌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