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연습(21-2-CCPT)이 시작된지 19일 기준, 나흘째지만 당초 우려와 달리 북한은 잠잠하다.
대신 북측은 ‘국제여론전’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국내 일각에서는 향후 도발 명분을 쌓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까지 별다른 특이동향이 감지되고 있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미 양국 군도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면서 계획대로 CCPT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번 한미훈련을 앞두고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을 내세워 훈련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김 부부장은 지난 1일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며 위협한 뒤, 한미훈련의 ‘사전연습’ 격인 우리 군의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이 실시되는 지난 10일에는 “거듭되는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미국과 남조선 측의 위험한 전쟁 연습은 반드시 스스로를 더욱 엄중한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특히 김 부부장은 “조선반도에 평화가 깃들자면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 무력과 전쟁 장비들부터 철거해야 한다”며 사실상 주한미군 철수 요구까지 하고 나섰다.
하루 뒤엔 김영철 당 중앙위 통일전선부장이 나서 “(남한)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근거, 한미훈련의 ‘본훈련’이 시작되는 지난 16일을 기점으로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등 저강도 도발 또는 미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카드도 꺼내들 수 있다는 일각의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북한은 외연적으로는 현재까지 조용한 행보를 보이며, 중국과 러시아 등 우방국 매체를 활용한 ‘국제 여론몰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신홍철 주러대사는 지난 11일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병력이 남한에 주둔하는 한, 한반도 정세가 주기적으로 악화하는 주요 원인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리룡남 주중대사도 지난 14일 공개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한미훈련을 비난하며 “(미국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아니라 실력으로 북한 체제를 전복하려는 의도임이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문정남 시리아주재 북한대사도 지난 14일 공개된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시작된 한미훈련은 한반도의 안정을 훼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미국의 패권 음모’에 맞서기 위해 모든 독립 국가들 사이의 협력을 강화해야한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사실상 주민들은 볼 수 없는, 대남·대외용 선전매체를 활용한 선전전에도 열을 올리는 상황.
그중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지난 15일 한미훈련이 “우리 공화국을 기어이 힘으로 압살하려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가장 집중적인 표현”이라고 했고, 다음날 또 다른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도 “(한미훈련은) 도발자들의 반평화적, 반통일적 망동”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한미훈련은 오는 26일까지 진행된다. 훈련 기간이 일주일 여 남은 만큼, 전문가들은 훈련 기간 또는 종료 직후에도 북한이 언제든지 도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최근 국제여론전에서 엿볼 수 있듯 자신들의 도발의 명분으로 ‘미국의 침략전쟁과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정당한 조치’를 내세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최근 북한의 행보는 핵개발을 정당화하고 국제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유도해보려 하는 일종의 몸부림”이라며 “또한 내부적으로 경제 등 어려움에 처한 북한이 주민들의 동요 등을 감안, 도발을 통해 내부단속과 대외불만 표출을 동시에 노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문 센터장은 “북한은 그러면서 자신들의 도발의 책임을 미국과 남한으로 전가할 것”이라며 “아울러 최근 자신들과 더욱 밀접해지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두둔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제재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