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관영매체를 통해 한미미사일지침 해제를 비난하는 내용의 논평을 보도함에 따라 관계당국이 북한 측 동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의 이번 논평이 당국자 명의가 아니었던 만큼 “즉각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지만, 북한의 의사표시가 어떤 식으로든 추후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1일 한미미사일지침 해제를 이유로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를 비난하는 내용의 논평을 보도했다. 미사일지침 해제는 자신들을 향한 “고의적 적대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이번 논평은 북한 당국자가 아니라 ‘국제문제평론가 김명철’이란 인물 명의로 돼 있어 “북한의 공식 견해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우리 통일부와 국방부 등 관계당국이 해당 보도 직후 “북한의 반응을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는 정도의 입장만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미 국무부도 이번 조선중앙통신 보도와 관련해선 “우리의 대북정책은 외교에 열려 있다”며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한미정상회담 합의사항 중에 북한이 가장 민감해 하는 ‘주민 인권’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었음에도 유독 미사일지침만 문제 삼은 데 주목, 앞으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미사일지침 해제에 합의한 것뿐만 아니라, 공동성명에선 “우린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대해선 회담 뒤 열흘이 지나도록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 국무부가 지난 4월28일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북한자유주간’ 행사 관련 논평을 내자, 북한이 5월2일자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 사상·제도를 부인하고 압살하려는 기도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이상 부득불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해나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미국은 우리 경고를 무시하고 경거망동한 데 대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던 것과 대조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북한의 모든 결정권은 김 총비서에게 있다. 그런데 그의 동정 보도가 지난달 6일 이후 끊겼다”며 북한 내에서 모종의 움직임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총비서는 지난달 6일 군인가족예술소조 공연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것을 끝으로 북한 관영매체 보도에 등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미군 정찰기들이 한반도 상공에 자주 출격하는 것도 이 같은 북한 내 움직임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항공기 추적 전문 웹사이트 레이더박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에도 미 공군의 지상작전관제기 E-8C ‘조인트스타스’가 한반도 상공을 장시간 비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E-8C는 지난달 29일에도 신호정보수집정찰기 EP-3E ‘애리스’와 함께 한반도 상공에 떴고, 이보다 앞서 지난달 26~27일엔 미 공군의 조기경보통제기 E-3B ‘센트리’도 한반도에 출격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의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1일 동부전선의 육해공군부대를 잇달아 찾아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