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절벽으로 서울의 아파트 매매량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 ‘직거래’ 비중은 늘고 있다. 수억원씩 내린 값에 거래되는 일도 다수 포착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일부 사례는 매매 거래 형태를 띤 편법 증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543건 중 30.9%(168건)이 직거래였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직거래 여부를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공개해왔다.
직거래 비중은 지난해 11월 9.4%, 12월 12.8%에 이어 2개월 연속 확대되고 있다. 1월은 신고기한(30일)이 아직 남아있어 수치가 일부 변동될 수는 있지만, 오름세는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매수세 위축에 전체 거래량은 줄고 있지만, 직거래 건수는 매달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직거래 건수는 168건으로 이미 지난해 11월과 12월 거래량을 뛰어넘었다. 11월은 1424건 중 134건, 12월은 1135건 중 146건이 직거래였다.
직거래란 공인중개사를 끼지 않고 거래 당사자끼리 곧바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중개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일부는 가족이나 친인척 같은 특수관계에서 양도를 가장해 편법으로 증여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세금을 줄이겠단 의도다.
실제로 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시세보다 수억원 이상 싼 값에 직거래가 속속 이뤄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 84㎡(29층)는 직전 신고가보다 10억원 이상 하락한 20억8273만원에 거래됐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13단지 전용 70㎡(11층)도 지난해 12월 신고가 대비 6억2000만원 내린 10억원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7월 9억2000만원에 거래됐던 동작구 대방주공2단지 전용 51㎡(4층)는 지난달 8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앞서 예로 든 경우보다는 가격 차이가 적지만, 현재 호가가 9억원 중반에서 11억원 사이로 형성된 것을 고려하면 현저하게 낮은 값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거래 중 다수가 양도소득세나 증여세를 줄이기 위한 편법 거래일 것으로 판단했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눈에 띄는 저가 직거래는 보통 가족 사이에서 시세보다 싼 값에 넘기려는 시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매입 가격이 시세에 비해 너무 낮으면 세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시가와 양도가액의 차액이 시가의 5% 또는 3억원 이상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한다. 이를 벗어난 거래금액은 양도세 회피를 위해 가격을 낮춘 것으로 보고 시가대로 양도세를 부과한다.
편법 증여 사실이 드러날 경우 가산세를 포함한 탈루세액도 추징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허위로 신고한 사실이 드러나면 원래 냈어야 하는 세금의 40%까지 붙는 과소 신고 가산세에 납부 불성실 가산세까지 부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4월부터 특수관계인 직거래에 대한 사실상 전수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거래 신고가 잘못된 것은 과태료 처분하고 편법 증여 부분은 국세청에 통보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명의신탁 등 관련 범죄가 있으면 수사 의뢰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