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에겐 어마어마한 재능이 있어요. 그들을 경쟁에 내몰아서는 안 됩니다.”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들의 교본’ 등으로 불리는 헝가리 출신의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69)가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에게 남긴 조언이다.
오는 11월6일과 1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4년 만에 국내 관객과 다시 만나는 시프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음악은 위대한 예술의 영역이지 스포츠가 아니다”라며 젊은 연주자들의 콩쿠르 출전에 대한 거침없는 소신을 드러냈다.
연주 활동은 물론 교육자로서 후학 양성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는 시프는 음악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에 경쟁 차제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연주자들에게 ‘콩쿠르 출전을 멈추라’고 말하고 싶다”며 “속도와 힘, 스태미나, 정확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스포츠와 달리 예술은 측정이 불가능한 요소들로 이뤄졌고, 고도의 주관적인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음악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이것이 음악 콩쿠르가 불가능 한 이유”라고 부연했다.
“이 지점에서 내 소중한 친구 정명훈을 언급해야만 할 것 같아요. 우리는 오래전 둘 다 우승하지 못했던 콩쿠르에서 만났죠. 하지만, 보세요. 그가 얼마나 위대한 지휘자가 되었는지 말이죠.”
시프와 정명훈은 지난 1974년 차이콥스키 피아노 콩쿠르 결선에서 만났다. 당시 정명훈은 2위, 시프는 4위를 했다.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이들은 어느덧 세계적인 지휘자와 피아니스트 반열에 올랐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시프는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에 이르는 고전 음악을 중심으로 한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상세 프로그램은 공개하지 않았다.
시프는 특정 곡목을 미리 발표한 뒤 순서대로 연주하는 일반적인 방식 대신 당일 공연장의 음향, 피아노의 상황, 관중 등을 고려해 현장에서 선택한 레퍼토리를 연주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의 자신의 모든 연주회를 이처럼 운용하고 있다.
그는 “자유와 즉흥의 힘을 믿는다”며 “이런 방식을 통해 더 큰 자유로움을 느끼고, 관객 역시 공연을 더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바흐 스페셜리스트’로도 꼽히는 시프는 매일 1시간 이상 바흐 연주로 아침을 시작한다.
“바흐의 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마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과 같아요. 마음을 정갈히 하고, 영혼과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죠. 이는 매우 완벽한 일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