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17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한 삼성전자가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공개한 신규 투자 규모는 ‘한미 정상회담’ 기간 동안에 발표된 국내 주요기업 전체 투자액의 거의 절반에 달할 만큼 압도적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이었던 2017년에도 삼성전자는 3억8000만달러(약 4300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공교롭게도 2017년 6월 진행된 문 대통령의 임기 첫 백악관에서의 한미 정상회담과 4년 후 2021년 5월 방미길에 모두 동참했는데, 두번의 정상회담에서 나란히 투자 보따리를 공개하며 양국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데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21일 미국에 신규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17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현지에서 지방정부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 건설에 170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그간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해온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동조하기 위한 화답의 성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투자 규모는 확정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 공장을 건립할지는 아직도 미정 상태”라며 “여전히 지방정부와 인센티브를 두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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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뉴스1 © News1 |
지난 4월 백악관에서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다수 반도체 기업을 초청해 열린 ‘반도체 CEO 서밋’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미국)의 경쟁력은 여러분이 어디에 투자하는지에 달려있다”면서 공개적으로 투자를 압박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밝힌 금액은 170억달러이지만 실제 건립 과정에서 이뤄지는 추가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을 감안하면 경제 유발효과는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21일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를 할 것인데 삼성, SK, 현대 등에서 투자를 약속했다”면서 “이렇게 투자를 결정해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삼성 입장에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땡큐’ 소리를 들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전임 행정부 수반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삼성전자를 향해 “땡큐”를 외친 순간이 있다.
그는 2017년 2월 삼성전자가 미국에 가전제품 공장을 신설할 것이란 현지 보도가 나오자 직접 트위터를 통해 “땡큐 삼성! 그대와 함께하고 싶다”(Thank you, @samsung! We would love to have you!)”는 메시지를 전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2017년 6월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진 첫 대면 정상회담 자리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3억8000만달러 규모로 세탁기 공장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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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2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땡큐 삼성” 메시지를 남겼다.(사진=트럼프 트위터) © News1 |
특이하게도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에서 2017년과 올해 각각 생활가전, 반도체 분야에서의 신규 투자를 발표하게 된 시점은 모두 문 대통령의 방미 정상회담 기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미국과의 경제 협력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며 큰 힘을 보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미국에서의 투자는 사업 기회 창출과 현지에서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필요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발표한 파운드리 공장 투자는 경쟁 업체인 대만 TSMC를 견제하는 차원인 동시에 애플, 구글, 엔비디아 등 미국을 대표하는 IT기업과의 우호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러브콜’을 받는 입장이다.
현재 파운드리 공장 건설 예정지를 두고도 텍사스, 애리조나, 뉴욕 등 복수 지방정부가 삼성전자에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세제혜택을 포함해 가장 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지역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