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원 환율이 치솟으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완전 자본잠식에 빠질 위기에 놓였다. 막대한 달러 빚을 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킹달러 현상으로 대규모 외환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합병이 진행되고 있어 유상증자도 쉽지 않고 산업은행을 통한 지원도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무산될 경우 최악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존폐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들어 항공화물 사업 호조에 힘입어 역대급 영업이익을 냈으나 달러·원 환율 급등에 따른 대규모 외환손실로 3분기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자본금과 자본총계는 지난 6월말 기준 각각 3720억원, 2046억원이다.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의 6월말 기준 외화부채는 4조8663억원에 이른다. 그중 달러 부채가 4조4531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달러·원 환율이 7월1일 1298원에서 9월30일 기준 1439원으로 10% 넘게 올랐다. 환율이 10% 오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세전순이익은 3585억원 감소할 것으로 자체 분석한다. 10%가 단번에 오른 게 아니라 3분기에 꾸준히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환율효과로만 수천억원의 세전순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아직 3분기 실적이 집계되지 않은 상태에서 확정할 수는 없으나,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환손실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달러·원 환율 상승은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를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항공사들 입장에서는 큰 악재다. 더욱이 환율이 1500원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고 지난 2년간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화물 사업도 꺾이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사업 호조에 힘입어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769억원, 2113억원 등 5분기 연속 영업흑자 행진을 이어갔으나 3분기부터 크게 둔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들도 환율 급등에 치명상을 입고 있으나 유상증자를 통한 위기 돌파에 나섰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대한항공과 합병이 진행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M&A가 걸려있어 유상증자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산업은행이 역할을 해주길 더 바라보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의 지원도 쉽지 않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 경쟁당국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심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책은행이 지원에 나서게 되면 양사의 합병에 정부 보조금이 투입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켜 심사 결과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이거나 50% 이상 부분 자본잠식이 2년 이상 지속되면 상장 폐지 대상이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연말까지 반등의 기회를 마련하지 않으면 상장 폐지 대상으로 몰릴 수도 있다.
만약 해외 경쟁당국의 불허가로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무산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또다시 존폐의 기로에 설 수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완전 자본잠식에 빠질 경우 합병에 성공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우려도 있다.
황 교수는 “합병은 속도가 중요한데,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너무 늦게 심사를 완료해 아시아나항공의 자본 잠식 상태가 심각해지게 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끌어안게 되더라도 계륵이 되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