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는 이른바 ‘킹달러’가 주춤하면서 기업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수입 비중이 컸던 회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지만 수출기업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 않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수출기업은 달러 강세로 매 분기마다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환차익을 누렸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이었다. 이에 따라 환율이 꺾이면서 4분기 실적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항공과 철강 등 달러 원자재 수입 거래 비중이 큰 기업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달러·원 환율이 낮아져야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15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일 달러·원 환율은 1325.9원으로 마감했다. 한 달 전인 10월 14일(1442.5원)과 비교하면 120원 가까이 낮아진 수치다. 지난달 평균 환율(1425.83원)보다도 100원가량 떨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183.78원이던 달러·원 환율은 올해 3월 1221.27원을 넘어서더니 7월에는 1307.45원, 지난달에는 1425.83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6월 이후 16개월 연속 오르며 ‘달러 공포’를 키웠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린 영향이다. 그러다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달러 강세가 정점을 찍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달러·원 환율의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삼성전자 등 수출 기업들의 표정은 좋지 못하다. 안 그래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어려운 4분기 실적이 더 악화할 수 있어서다.
그동안 환차익을 통해 수출기업은 적지 않은 이익을 봤다. 기존 달러·원 환율이 1200원일 때 해외에서 1달러짜리 물건을 판매한 후 받는 돈이 1200원이지만 환율이 1400원으로 상승하면 200원을 더 받을 수 있다. 같은 상품이라도 수익성이 좋아지는 셈이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벌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출 비중이 크고 대부분 달러를 기반으로 결제를 하고 있어 달러·원 환율이 오르면 수익도 이에 맞춰 증가한다.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지난 3분기 달러·원이 1340.23원으로 전분기(1261.12원) 대비 79.11원 오르면서 1조원가량 영업이익이 늘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4000억원 이상 환차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도 환율 효과를 누린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4740억원, 7600억원의 환차익을 봤다. 배터리와 조선업계 등 역시 강달러가 영업이익에 긍정적 효과로 작용한다.
반대로 환율이 꺾이면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에서 1300원이 되면 이익 100원이 깎인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환율 효과마저 줄면서 4분기 실적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8조5821억원으로 한 달 전(8조8672억원)보다 3.2%, 3개월 전(12조3669억원)보다 30.6% 낮아졌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각각 98.1%, 99.1% 급하향 조정됐다. 전방산업인 IT 수요 부진에 따른 반도체 업황 침체가 반영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강달러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지난 3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긍정적 영향이 컸다”며 “4분기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환율이 하락하면 이익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강달러 피해를 본 항공과 철강업계는 달러·원 환율 하락(달러 약세)이 반갑기만 하다. 그동안 강달러 탓에 본 피해가 만만찮다.
항공사는 리스(빌림)료와 유류비 등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에 민감하다. 대한항공은 달러·원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35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분기 외화환차손만 하더라도 3998억원을 기록해 지난 2분기(1940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아시아나항공도 환율이 10% 상승하면 3585억원의 세전순이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철강도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 제철용 연료탄 등의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고환율의 장기화는 비용 급증으로 이어진다.
강달러가 꺾이면서 대한항공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79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4.5%, 3개월 전보다 56% 높아졌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달러 강세보다는 약세가 실적에 도움이 된다”며 “적정 수준에서 안정화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