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스마트폰 등 전방산업 수요 둔화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계가 미래 준비를 위해 IT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최대 고객인 애플이 아이폰에 이어 태블릿, PC 제품에도 OLED 패널 탑재 비중을 늘려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디스플레이 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녹록지 않은 시황에도 IT용 OLED 설비투자 확대를 검토하며 수요 확대에 기민하게 대응 중이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 ‘IMID 2022’ 기조연설에서 “2024년 가동을 목표로 8세대(2200×2500㎜ 원장 규격) IT용 OLED 생산라인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생산을 마지막으로 중단한 충남 아산캠퍼스 L8-2라인에서 IT용 OLED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수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 규모는 약 3조~4조원 수준일 것”이라며 “기존 A3 유휴라인과 이번 신설라인을 활용해 IT용 OLED 패널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도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K-디스플레이 2022’ 전시회에서 TV용 LCD 패널 라인 전환 계획에 대해 “대형 OLED 혹은 IT 패널이 모두 호환성이 있다”며 IT용 OLED 신규 투자 가능성을 내비쳤다.
중국 BOE도 IT용 OLED 패널 생산을 위해 8.6세대 플렉서블(구부러지는) OLED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IT 제품 수요가 크게 꺾였지만 IT용 OLED에 대한 시장 기대감은 여전하다. 가장 큰 고객사인 애플 행보 때문이다. 아이폰에 OLED 탑재 비율을 늘린 애플은 2024년 OLED 패널을 적용한 첫 아이패드를 출시하고 맥북·아이맥로 OLED 탑재 범위를 늘릴 예정이다.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IT용 OLED 투자 시점이 올해로 쏠린 것도 이 때문이다. 생산라인 공사와 장비 발주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올해 내에는 투자를 결단해야 양산 시점을 맞출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업계 가장 ‘큰손’인 애플이 움직이기 시작한 만큼,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OLED 침투율이 40% 수준까지 상승한 스마트폰 시장에 비해 IT용 OLED 시장이 상대적인 블루오션에 가깝다는 점도 또다른 이유다. IT용 패널시장에서 LCD 비중은 아직까지 95%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IT OLED의 생산 면적은 올해 223만㎡(제곱미터)에서 2025년 443만㎡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유비리서치는 2025년 삼성디스플레이가 269만㎡로 1위, LG디스플레이(75만㎡)와 BOE(52만㎡)가 각각 2·3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