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인지기능 저하를 더 빠르게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경희대병원이 29일 밝혔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팀(제1저자 정재훈 3년차 전공의)은 노인노쇠코호트 국책과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은 일반 노인의 인지기능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봤다.
한국 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은 2016년부터 전국 노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기능 평가와 검사를 실시하며 2년마다 추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한국 노인노쇠코호트 조사 참가자 중 72~84세를 선별해 2017년 참가자(1027명)와 2018년 참가자(879명)로 그룹화한 후, 2년 후의 인지기능 변화를 비교분석했다. 2017년 참가자는 2019년에 변화한 폭을, 2018년 참가자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에 변화한 폭을 평가한 것으로 치매로 진단받았거나 인지평가(MMES) 점수가 10점 이하인 경우는 제외했다.
그 결과, 즉시기억을 평가하는 단어목록 기억하기에서는 2017년 그룹에 비해 2018년 그룹의 평균값이 2년 후 0.67점 더 감소했으며, 지연기억 평가항목인 단어목록 회상하기에서도 0.28점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2017년과 2년후인 2019년을 비교한 것보다 2018년과 코로나 이후인 2020년을 비교한 쪽이 인지기능 감소 폭이 컸다는 의미다.
교신저자인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활동 감소 및 사회적 격리, 그에 따른 우울증상, 코로나 감염에 대한 두려움, 체내 염증물질 증가 등이 인지기능 장애를 촉진한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아도 팬데믹을 겪으면 노인의 인지기능이 감소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에 발표된 코로나 감염 시 인지기능 저하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와는 달리,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간접 영향으로 지역사회 거주 노인의 인지기능이 감소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SCIE 국제학술지인 ‘국제환경 연구 및 공중보건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8월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