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미국 배우 트로이 마이클 코처(트로이 코처)가 처음 내한했다. 그는 농아인들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거듭 강조했다.
트로이 코처는 6일 오전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호텔 어반 스카이 루프탑에서 세계농아인대회 홍보대사 위촉식 및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는 미국 수어, 한국 수어 3자 통역으로 진행됐다.
트로이 코처는 미국 배우이자 청각 장애인으로, 영화 ‘코다'(2021)로 지난 3월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비롯해 미국배우조합상 남우조연상, 영국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등을 수상했다. 특히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자로 올라, 윤여정이 수어로 시상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날 코처는 “오늘 이 자리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라며 “한국에 와서 한국말도 못하는데 어떻게 생활할 지 걱정됐는데 수어를 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언어에 대한 불편함 없이 만나고 있어 너무나 감사드리고, 이 분들과 함께 한국에서 여행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인사했다.
코처는 윤여정과 아카데미 무대에서 수상자와 시상자로 만나 화제를 모았다. 그는 ‘한국에 와서 하고 싶은 것이 있냐’는 질문에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때 상을 시상해준 윤여정 배우님을 제일 먼저 뵙고 싶다”고 밝혔다. 또 윤여정과 함께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아카데미 당시에 대해 “윤여정 배우님들 만나면 연기에 대한 내공과 연륜이 굉장히 훌륭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그래서 깊이 있는 내공에 대한 연기를 배우고 싶어서 연기 관련해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이어 “특히 제가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았을 당시에 트로피를 받고, 한손으로 수어를 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윤여정 선생님이 트로피를 들어주시고, 제가 편하게 소감을 발표하게 해주셔서 굉장히 감사했다”며 웃었다.
이어 “윤여정 배우님이 ‘아이 러브 유’라는 의미의 수어를 해주셨다. 그 부분에 대해서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라며 “사실 개인적으로 대화를 더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부족했어서, 다음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연기 내공에 대해서 묻고 싶고, 그리고 나중에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미국 수어 농담도 직접 가르쳐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콘텐츠를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윤여정이 출연한 ‘미나리’를 언급했다. 그는 “‘미나리’가 미국에 이민 온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였는데 농아인의 얘기와 같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감명 깊게 봤다”고 덧붙였다.
코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이후 달라진 점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는 “제가 상을 받기 전에는 무명배우였다, 배우로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이라며 “상을 받은 이후에 영화 출연 제의가 굉장히 많아졌고, 지금 삶이 많이 바빠졌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는 앞으로 영화 출연 제의에 대해서 부정적이 아닌 긍정적으로 보고, 맞는 배역이 있다면 영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라며 “그리고 저는 당당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게, 열정만 있다고 하면 다른 비장애인 배우와 똑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었다, 영화 ‘코다’를 통해 긍정적으로 생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코처는 또한 연기에 대한 원동력에 대해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제 안에 열정과 에너지가 가득 차 있었고, 이 에너지를 굳이 멈춰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라며 “그리고 미국에서도 비장애인 분들은 영화 무대가 많은데 농아인은 한 곳만 있어서 제가 농아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건의도 하고 그런 활동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는 듣지는 못하지만 볼 수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시각이 두 배 이상 발달돼 있어서 사람들의 연기를 관찰하면서 이 배경엔 이렇게, 저 배역엔 저렇게 열심했다”라며 “그래도 제일 힘들었던 순간은 현실적인 문제, 돈 관련이었다, 그리고 비장애인 배우, 관계자분들과 함께 하다 보니 소통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다, 가끔 실망할 때도 있지만 제 안에 있는 열정이 멈추지 않는 한 포기하지 않고 배우의 길로 달려 나갈 것이다”라고 다짐을 전했다.
한편 트로이 코처가 홍보대사를 맡은 19회 세계농아인대회는 오는 2023년 7월 제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코처는 내년 제주에서 열리는 세계농아인대회(WFD) 홍보대사를 맡았다. 그는 “세계 농아인 사람들이 만나서 모든 분야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정부를 상대로 건의하면서 스스로 힘을 기를 수 있는 장이 WFD”이라며 “특히 한국에서 농아동에 인공 와우 수술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게 미국에서 20년 전에 진행됐다가 많이 줄었다. 이에 대해 정보를 전하면서 농아인의 교육에 대해 많이 다루고, 농아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 모국어가 수어인데, 수어가 말살되지 않도록 어떻게 해야할지 그 부분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라며 “수어가 사라져서는 안 된다, WFD를 통해서도 수어 계속성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더불어 코처는 농아인 배우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정부에서 장애인 배우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미국에서 배우 생활을 하는 데 굉장히 힘들었고, 고난과 역경을 자주 보곤 했는데 저는 정부 지원 없이 고난과 역경을 극복했다, 한국의 경우에는 많은 지원 속에서 그런 환경이 늘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 자신도 남우조연상 상을 받았다, 장애라는 이유로 못 받을 이유는 없다”고 강조하며 “제가 전 세계 농아인 분들과 교류 중인데 농아인 분들은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고 똑같다, 못하는 게 없다. 기회만 제공된다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연기뿐만 아니라 프로듀서 활동도 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연기와 프로듀서 활동을 병행할 예정이다”라며 “옆에서 누군가가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고 하더라도 제가 죽기 전까지 연기과 프로듀서를 현역으로 활동하는 것이 목표”라고 다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