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진선규는 첫 단독 주연작으로 ‘흥행’이라는 숙제를 해낼 수 있을까.
진선규의 첫번째 단독 주연작 영화 ‘카운트’가 지난 22일 개봉했다. ‘카운트’는 금메달리스트 출신,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마이웨이 선생 시헌이 오합지졸 핵아싸 제자들을 만나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연극 배우 출신인 진선규는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단역으로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10년 가까이 무명의 세월을 견뎠다. 출세작은 지난 2017년에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였다. ‘범죄도시’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메인 빌런인 장첸(윤계상 분) 못지 않게 잔인한 면모를 드러냈던 하얼빈 출신 깡패 위성락이었다. 실제 중국 동포를 섭외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준 그는 이 영화 이후 신스틸러 배우로 급부상했다.
그 뿐만 아니라 진선규는 인터뷰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위성락과 정반대되는 순박한 성격으로 반전 매력을 뽐냈는데, 이처럼 실제 성격과 극 중 캐릭터 성격의 확연한 차이는 한편으로 그의 탁월한 연기력을 방증하는 증거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범죄도시’ 이후 진선규는 영화계에서 ‘명품 배우’로 확실히 자리매김 하는 데 성공했다. 영화 ‘사바하'(2019)에서는 온화한 스님 역할로 전작과 전혀 다른 매력을 드러냈고, 영화 ‘극한직업’에서는 주연 중 한 명인 트러블 메이커 마형사 역할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여러 배우들과 공동으로 주연한 ‘극한직업’에서 그가 맡은 마형사는 그간 보여줬던 역할들과는 또 다른 유쾌한 매력이 돋보였다. 마형사는 수원에서 왕갈비 식당을 하는 부모님 덕에 의외의 요리실력을 발휘해 마약반의 위장 치킨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인물. 진선규는 반전 많은 이 캐릭터를 통해 코미디 장르에서도 빛을 발하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극한직업’ 이후 진선규의 스펙트럼은 한 층 더 넓어졌고, 그는 이어 영화 ‘롱 리브 더 킹’과 ‘퍼펙트맨’ ‘승리호’ ‘공조2: 인터내셔날’ 등의 작품에서 각기 다른 캐릭터를 선보였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은 작품이 ‘카운트’다. 진선규는 ‘카운트’에서 금메달리스트 출신 교사 시헌을 연기했다. 시헌은 선수생활 은퇴 후 남은 건 고집 밖에 없어 학생들 사이에서 ‘미친개’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시헌은 우연히 참석한 대회에서 승부 조작으로 인해 패배하게 된 윤우를 본 후 모두의 만류에도 학교에 복싱부를 만든다.
연기를 잘하는 대단한 연기파 배우들도 ‘단독 주연’을 맡는다는 것에는 무거운 무게를 느낀다. 진선규처럼 무명으로 시작해 오로지 연기력 하나로 주연의 자리에까지 오른 배우의 대표적인 예로는 배우 이성민과 조우진을 들 수 있다. 이성민은 영화 ‘로봇, 소리'(2016)로, 조우진은 영화 ‘발신제한'(2021)으로 영화에서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은 바 있다. ‘로봇, 소리’는 누적 관객 47만명을 동원에 흥행에는 실패했고, ‘발신제한’ 역시 코로나19 시기임을 감안할 때 양호한 성적이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9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친 바 있다.
앞선 배우들의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듯 배우들에게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영화는 처음으로 혼자 흥행을 견인해 가는 부담감이 존재하는 점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카운트’는 개봉 후 호평을 얻고 있지만, 진선규 역시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부담감을 드러냈다. 당시 그는 “전체 서사를 끌고 간다는 주연을 처음 맡아서 지금도 떨고 있다”면서 “어쩔 수 없이 겪어나가야 할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아침에도 (영화 속 주인공의 실존 인물인)시헌 선생님한테 ‘정말 떨린다, 영화를 처음 선보이게 돼서 떨린다’고 했더니 내게 문자를 주셨는데 문자를 보고 힘이 나더라”며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가 진선규가 링에 오르는데 떨고 있으면 옆에 선수들이 더 떨리지 않을까’ 하셨다, ‘힘내세요! 씩씩하게 하시라’는 그 문자가 뭉클하기도 했다”고 말한 후 눈물을 보였다. 진선규가 ‘카운트’로 또 한 번의 영역 확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