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이르면 2분기(4~6월)라도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금융권에선 올 1분기 인상 이후 금통위가 하반기까지 숨고르기에 들어갈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전 품목으로 들불 번지듯 빠르게 확산하며 금리인상에 강한 압박을 가하자 금리인상 전망 시기를 앞당기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04.69(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3.6% 올랐다. 지난해 10월 3.2%, 11월 3.8%, 12월 3.7%에 이은 4개월 연속 상승이다.
지난해 물가 상승 품목이 석유류와 농축수산물에 한정됐다면 올해 들어선 공업제품, 통신비·집세, 전기·수도·가스 등으로 물가 상승 품목이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향후 1년간 물가가 얼마나 상승할지를 나타내는 기대 인플레이션도 위험 수위다. 지난해 2월 2.0%로 일찌감치 2%대에 진입한 이후 상승세를 나타내다가 올해 1월 2.6%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달 열린 금통위 회의에서는 거침 없는 물가 상승세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경고성 발언이 쏟아졌다.
1월 금통위 회의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물가상승압력은 당초 예상보다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와 같은 물가 추이는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방압력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는 바, 실질금리 하락을 통해 완화기조를 확대시키고 나아가 자산가격, 임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중장기적 시계에서의 경제안정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른 한 금통위원 역시 “인플레이션 기대의 확산으로 광범위한 물가상승이 나타나는 모습”이라며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비해 물가에 대한 선제적인 분석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p) 추가 인상이 결정된 배경으로도 높은 물가가 꼽혔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소비자물가가 연간 목표 수준인 2%를 상회할 가능성과 기대 인플레이션의 빠른 상승세를 지적하면서 “보다 뚜렷해진 기조적 물가상승압력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을 붙였다.
2분기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차차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당장 오는 24일 열리는 ‘2월 금통위’에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지난해 11월에 이어 1월에 걸쳐 연속 인상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2월에는 한 박자 쉬어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대신 그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4월이라도 기준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견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물가 추이를 놓고볼 때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3%에 육박할 가능성이 있으며 물가 리스크는 2~3분기까지 커질 수 있다고 본다”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로 올해 5월과 8월을 예상하며 연말까지 1.75%로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