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7일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이행과 관련, 탄소중립을 잘하는 기업에는 더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으로 개최한 ‘제2차 탄소중립 산업전환 추진위원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민관 협력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제도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정부가 ‘2030 NDC’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크게 상향했고, 산업 부문의 감축목표 또한 2배 이상 높아졌다.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매우 커진 게 사실”이라며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또한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국제사회의 흐름은 분명해지고 있다.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과 공조는 가속화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무역의존도가 72.9%로 아주 매우 높은 나라로, 글로벌 관점에서 탄소중립 이슈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EU가 조만간 탄소국경조정제도를 통해 통상규제에 나설 것과, 글로벌기업이 공급망에 있는 국내기업에 대해 탄소감축을 요구하는 등 이러한 움직임은 탄소감축이 기업에게 현실적인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산업계가 탄소중립을 추진하려면 이를 위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규제 위주의 관점보다 기업을 긍정적으로 이끌 방법이 무엇인지 아이디어를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으면 기업으로선 목표는 높고 비용은 많이 들기 때문에, 어렵다고 미루거나 안 된다는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탄소감축을 잘하는 기업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해 혁신적인 탄소감축 기술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촉진하는 것도 한 가지 예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탄소중립에 대한 산업계의 걱정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부로서도 탄소중립이 우리 경제의 기회요인으로 작용하려면 지금보다 분발하고, 산업계와 소통을 늘려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답했다.
문 장관은 “산업계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정부의 정책적‧재정적 총력지원 방안을 담은 ‘탄소중립 산업대전환 비전과 전략’을 만들고 있다”며 “참석자들의 제언들을 추가로 면밀히 검토‧보완해 12월에 최종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정부의 ‘탄소중립 산업·에너지 R&D 전략’ 발표와 함께, 대한상의가 경제단체·업종단체 및 기업의 의견을 수렴해 ‘4R’로 정리한 정책과제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산업계 제언’이 전달됐다.
산업계가 제안한 ‘4R 정책’은 △혁신기술 개발·투자 지원(R&D) △신재생에너지 활성화(Renewable Energy) △자원순환 확대(Resource Circulation) △인센티브·제도적 기반 마련(Rebuilding Incentive System) 등이다.
산업계는 ‘R&D’ 부문에선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기술이 EU나 미국에 비해 80% 수준인 점을 감안해 △탄소중립기술 R&D 예비타당성조사 절차 및 민간부담 비율 최소화 △탄소중립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 △시설투자에 금융·세제 지원 확대 △중소·중견기업 온실가스 감축설비 투자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와 관련해선 우리나라가 높은 인구밀도와 주민수용성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제약요인도 많은 만큼,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참여기업에는 송배전망 이용료 인하 및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확대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 차세대 기술개발 및 지원 △재생에너지 설비 이격거리 규제 완화 △주민수용성 제고 위해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에 인센티브 확대 등도 요구했다.
‘자원순환 확대’를 위해선 화석연료·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신소재 기술 R&D 및 시장 창출 지원, 시멘트 생산시 석회석을 대체하는 혼합재 사용 비율 확대, 플라스틱 재활용 시 온실가스 감축실적 인정, 폐기물 소각재 무해화 기술 R&D 지원 등을 제안했다.
‘인센티브 및 제도적 기반 마련’ 부문에서는 △성과기반 인센티브 시스템 △탄소가격을 일정기간 계약가격으로 보장하는 설비투자 탄소차액계약제도(CCfD) 도입 △전기차·수소차 충전시설 확대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시장안정화 조치 개선 △전문인력 양성 등 제도적 기반도 마련방안이 거론됐다.
한편, 탄소중립 산업전환 추진위는 정부와 경제계가 산업부문의 탄소중립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기구로 지난 4월에 출범했다.
이날 회의에는 공동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문승욱 산업부 장관을 비롯해 이정배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삼성전자 사장) 등 경제단체 및 업종단체, 주현 산업연구원 원장 등 연구기관·공공기관에서 2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