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모 7.8과 7.5의 대지진이 튀르키예(터키) 남동부를 강타한 가운데, 피해 지역 주민들이 사랑하는 이들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에 깊은 슬픔에 빠져 있었다.
13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하타이 주 안타키아 외곽의 한 임시 묘지 구역 앞에는 유해를 운구하는 차량이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시리아와 인접한 하타이 지역은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다.
서둘러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묘지 구역 안에서 유족들은 먹먹한 표정으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고자 의식을 치르고 있었다.
현장은 엄격한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튀르키예에서만 3만 명 이상이 희생된 대재난의 무게가 다시 한번 체감됐다. 총을 멘 군인들과 경찰 인력이 현장에서 차량과 통행을 통제 중이었다.
튀르키예 경찰 관계자는 “이곳은 고인을 애도하는 장소”라며 “밖에서 지켜보는 것은 괜찮지만 안에서 취재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묘지에서 아이를 안은 한 남성은 슬픈 표정으로 사망한 이의 넋을 기렸다. “우리는 현장에서 나갔지만, 많은 사람들이 잔해에 깔려 죽었다”며 입을 뗐다. 그의 눈가는 촉촉했다.

같은 날 이스켄데룬의 한 공동묘지도 가족과 친구들을 떠나보내는 이들로 붐볐다. 이들은 발걸음은 무거워보였다.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고인의 유해를 안치하고, 약 60명의 사람이 이곳을 찾았다. 임시 비석과 갈색 흙으로 돼 있어 한눈에 지진 피해자임을 알 수 있었다.
하얀 모자를 쓴 이맘이 기도문을 읊기 시작하자 가족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철퍼덕 주저앉아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떨궜다. 머리에 하얀 붕대를 감고 있던 한 여성도 오열하면서 하늘나라로 간 이의 이름을 연신 외쳤다. 기도문을 읊는 이맘의 목소리조차도 미세하게 떨렸다.
어느순간 60여 명의 사람들이 흙을 나눠 가지기 시작했다. 이맘이 인도를 하자 사람들이 일제히 흙을 무덤에 뿌리기 시작하며 함께 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다. 묘지 안에 깊은 슬픔이 자욱했다.
그 후 6명의 남성이 삽으로 흙을 퍼 무덤을 덮기 시작했다. 남성들을 삽질하면서도 눈물을 흘렸다.
이후 오후에도 또 다른 장례식이 열렸다. 한 늙은 여성은 자기 딸과 손녀의 무덤을 매만지면서 통곡하고 있었다. 그녀는 딸과 손녀의 이름을 구슬프게 외치면서 생전의 추억을 말하고 있었다. 사망자의 사촌인 한 남성은 “모녀가 함께 죽었다. 할머니이자 어머니인 저 여성이 고인과의 일화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바로 옆 무덤에서는 어머니와 아버지, 여동생을 잃은 셰림 장(21)은 지진 당시 자신이 집 밖에 있어서 홀로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구조대가 아닌 자신이 직접 수습했다고 했다.
망연자실한 표정의 셰림은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다”고 답했다. 그는 “누구도 이런 일을 겪어선 안 된다”며 울먹였다.
이날 집계된 지진 희생자수는 3만6217명이다. 튀르키예에서 3만1643명, 시리아에서 4574명이 숨졌다. 이번 지진은 21세기 들어 역대 5번째로 많은 사망자를 낸 지진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