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의 체질이 달라졌다. 과거 많이 팔고 적게 남겼다면 이제는 적게 팔고도 많이 남기는 구조가 됐다. 고급 품질 및 이미지가 뒷받침돼야 하는 고부가가치 비싼 차를 많이 팔았다는 의미다.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대란(쇼티지)으로 판매는 주춤했지만 차량 가격이 오르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성장했다. 중소형 차량 판매에 집중된 구조에서 제네시스와 SUV 등의 비중을 높인 것이 한몫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6조67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보다 178.9% 늘어난 수치다. 1년 동안 389만726대를 팔았으며 매출은 13.1% 증가한 117조610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현대차는 374만5000대를 팔아 매출이 103조9980억원에 달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3950억원에 그쳤었다.
1년 전과 비교해 판매는 약 14만5000대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4조3000억원이나 껑충 뛰었다.
현대차가 영업이익을 끌어올린 비결은 제네시스와 SUV 차량에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이익률이 낮은 차량을 판매했다면 이제는 고가 차량을 더 많이 팔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판매 비중은 2020년 3.4%였지만 지난해에는 5.1%까지 높아졌다. SUV 비중도 43.2%에서 47.3%로 상승했다.
현대차는 물량 증가로 인한 매출액 증감이 5조8220억원, 믹스 개선 효과가 9조3080억원이라고 분석했다. 14만5000대 판매가 늘어난 것보다 제네시스와 SUV 등 고가 차량 판매가 늘어난 것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판단이다.
영업이익 역시 물량 증가 효과는 6190억원에 불과하지만, 믹스 개선 효과는 1조85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진단했다.
여기에 매출액 대비 판매비와 관리비 비율이 낮아진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현대차의 판매 관리비는 2020년 16조870억원에서 지난해 15조2520억원으로 5.2%나 줄었다. 덕분에 영업이익률은 2.3%에서 5.7%로 3.4%포인트나 높아졌다.
다만 환율 효과는 보지 못했다. 지난해 달러·원 평균 환율은 1144.6원으로 전년 동기(1180.2원)보다 3.1%(35.6원) 낮아지면서 영업이익이 1조5640억원 감소했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달러로 받는 수출 대금이 줄어들어 이익이 악화한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여러 대외 변수에 따른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모두 증가했다”며 “제네시스와 SUV 판매 증가에 따른 믹스 개선 및 인센티브 축소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 부문의 전반적인 체질 개선이 지속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올해도 GV60과 GV70 전동화 모델, 아이오닉 6 출시 등을 통한 전기차 라인업 강화, 고부가 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을 통해 수익 개선 흐름을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 글로벌 완성차 판매 목표는 국내 73만2000대, 해외 359만1000대를 더한 총 432만3000대다.
서 부사장은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지속적인 수익성 제고 활동을 통해 미래 성장성과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