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소, 고기 등 식자재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서민 밥상물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 때 이른 더위로 배추, 무 등 채소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국제유가와 사료 가격 상승으로 축산물 가격도 크게 오른 상황이다.
이미 전국적으로 때 이른 무더위가 시작된 가운데 올여름은 평년보다 더 더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생산비용이 증가하는 등 농축산물 가격의 상승세가 점쳐지고 있다.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유통정보 자료에 따르면 전날(23일) 기준 배추(상품) 한포기의 일일 도매가격은 1409원으로 평년대비 62.9% 상승했다.
같은 기간 무(상품, 1개)는 44.6%, 감자(20kg 수미) 85.3%, 깐마늘(1kg) 37.7%, 양배추(1포기) 78.3%, 깻잎(100속) 46.7%, 시금치(4kg) 54.5%, 미나리(4kg) 78.7% 등 채소 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배추, 무와 같은 채소는 지난해보다 재배면적이 줄고 지난달 저온현상까지 겹친 탓에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감자도 지난해 늦더위로 저장 물량이 줄면서 이달 들어 가격이 크게 올랐다.
날씨에 따라 생산량 격차가 큰 채소는 때 이른 더위와 함께 올여름 역대급 폭염까지 예상되면서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더위가 꺾일 처서(處暑·8월23일) 전후까지 올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축산물 가격도 상승세다. 23일 계란(특란 10개) 도매가격은 1787원으로 평년대비 37% 상승했다. 돼지고기(탕박, 1kg)도 26.8% 상승했으며 닭고기(생계 1kg)도 31.8% 올랐다. 축산물 가격 상승은 국제유가와 사료 가격이 오르면서 농가의 생산비용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문제는 이 같은 식자재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공급망 불안으로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오름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축산 농가 대부분이 수입 곡물을 가공해 만든 배합사료를 사용하고 있어 국제 곡물가격 상승이 축산 농가의 생산비 부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통상 국제 사료가격이 계란 등 축산물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3~7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올 하반기 식품 물가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
김종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축산물의 가격을 결정하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곡물가격 폭등은 올 하반기 축산물 가격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상승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먹거리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번째 민생 대책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인도의 수출 금지 조치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밀가루의 경우, 국내 제분 업체의 ‘가격 인상 최소화’를 조건으로 가격 상승 분의 70%를 국고로 지원하는 사업(약 546억원)을 2차 추경안에 편성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민생 대책에는)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 비축 기능 강화, 수급 안정 대책 등 가격 상승의 국내 파급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이라며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 지원과 같은 국내 생활 물가 안정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