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약 1년 만에 제도 개선에 나선 가운데,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각 지자체의 ‘주먹구구식’ 분양가 산정을 차단하기 위해 분상제 심사 기준을 구체화했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실행력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지자체 임의로 분양가 삭감 차단…매뉴얼 개정
9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전날 분양가상한제 심사 매뉴얼을 개정하고 전국 지자체에 배포했다. 분상제는 신규주택의 분양가를 택지비와 건축비, 가산비를 더해 결정하는 제도로, 주변 시세의 최대 80% 수준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분상제 적용 대상에 공공택지뿐만 아니라 민간택지까지 포함해 운영 중이다.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을 통제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제도 시행 1년 만에 손질에 나선 것은 오히려 공급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다. 부동산업계에선 지자체마다 분양가 인정 항목이나 삼사 방식이 달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자체와 분양주체 간 분양가를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면서 공급 일정이 지연되는 문제도 있었다.
국토부는 민간택지의 택지비 산정 시 주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표준지 선정 기준과 입지·특성차이 보정기준을 구체화했다. 또 조합 사업비 중에서 택지 조성에 소요된 비용이 택지비에 반영될 수 있도록 기준을 명확히 했다.
기본형 건축비 산정과 관련해선 지자체가 임의로 삭감하지 못하도록 매뉴얼에 구체화하고, 행정지도를 실시할 예정이다. 지자체마다 조정 기준이 달랐던 가산비 항목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권장 조정 기준을 제시했다. 가산비 항목을 인정, 불인정, 조정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매뉴얼은 전날 지자체 배포 즉시 현장에서 적용된다”며 “주택공급 기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만큼 공급 촉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속력 없는 매뉴얼에 ‘우려’…”깜깜이 심사 여전”
업계에선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개정된 매뉴얼이 실제 지자체의 분양가 심사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분상제 심사 매뉴얼은 말 그대로 매뉴얼일 뿐, 각 지자체가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기존에도 매뉴얼은 있었지만, 지자체에서 무시하고 분양가를 임의로 삭감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매뉴얼이 바뀌었다고 해서 기존 사례들이 근절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뉴얼을 토대로 분양가 심사가 이뤄지려면 정부의 관리·감독도 중요하다”며 “국토부가 지자체를 대상으로 교육이나 행정지도, 모니터링 등을 실시해 개선 여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각 지자체의 분양가심의위원회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병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분양가심사위원을 각 지자체장이 임명 또는 위촉하는 현재의 방식이라면 위원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분양가심의위원회의 회의록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지난 2019년 10월부터 희의록 공개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 열람할 수 있도록 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깜깜이 논란은 여전하다. 공개 요청에도 심의 공정성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가심의위원회 위원에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면 분양가 책정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가 커져 차질을 빚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위원회 구성부터 분양가 심사 과정까지 전반적인 투명성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