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이나 미공개정보이용, 시세조종 등 증권범죄를 저지르고 100억을 벌었다면 앞으로는 이의 2배인 200억원의 과징금 처벌을 받는다. 주가조작으로 대체 얼마나 벌었는지 법적으로 애매모호 했던 부분은 정확한 ‘산정공식’을 마련해 범죄 수익을 최대로 집계하도록 했다. 즉 증권범죄를 저지르면 징역형 등 형사처벌 외에도 패가망신 할 정도의 경제 처벌을 강하게 내리겠다는 의미다. 3년만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29일 국회 법사위는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증권범죄 사범들에게 강력한 ‘경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증권범죄자가 취한 부당이득액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즉 주가조작으로 100억원의 범죄수익을 얻었다면 2배인 200억원의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또 법률에 ‘부당이득액 산정기준’이 따로 없어 주가조작이나 미공개정보이용 등을 저지르더라도 실제 범죄자가 취한 이익을 정확히 산정조차 하지 못하던 관행도, 부당이득 산정공식을 법률에 명시해 개선하기로 했다.
부당이득의 경우 총수입에서 총 비용을 뺀 것으로 자본시장법에 명시한다. 주가조작이나 불법공매도 등 불법 거래로 발생한 총 수입에서 그 거래를 위한 총 비용을 공제한 차액을 ‘부당이득’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증권범죄로 인한 부당이득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신속하고 명확하게 파악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주가조작, 미공개정보이용,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법 ‘3대 불공정거래’는 형사처벌만 가능했다. 그마저도 형사처벌에 대해 사법당국이 적용하는 엄격한 ‘입증책임’으로 인해 수사와 처벌에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그 기간에 증거가 증거가 인멸되는 등 범죄행위 입증이 쉽지 않아 강력한 처벌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수십억원 규모의 주가조작, 시세조종을 저질러도 집행유예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와 관련 “자본시장 범죄자들은 (주가조작 등으로) 막대한 돈을 갈취하고 설령 적발돼 처벌을 받아도 그 형량이 너무 약해 ‘몇년만 버티자’는 식의 한탕주의가 있었다”면서 “경제적 제재를 크게 강화한다면 이런 범죄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법안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수정안에 대해 “공정거래법 등 유사 입법례를 감안해 부당이익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 과징금 한도를 종전 50억원에서 40억원으로 조정했다”면서 “또 외부 유인에 대한 소명, 위반 행위자가 부담하는 것은 입증 책임 전환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위반행위자 소명행위자 자체를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수사 협조자에 대한 형별 감면 근거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서 범죄 신고자법 등 타 입법례와 유사한 구조로 법률개정안을 수정했다”면서 “아울러 법원행정처에서 제시한 주요 의견도 상당 부분 수용해 그동안 제기된 법적인 쟁점과 우려 사항은 충분히 해소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해당 문제를 지적했던 전주혜 의원 등은 금융위의 수정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우려를 해소할만큼) 잘 반영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입법 취지에 백번 공감하며, 주가조작 사건이 줄어들 수 있고, 관련 사건도 보다 철저하게 밝힐 수 있는 역할을 잘해달라”면서 “주가조작으로 인해 상처받고 큰 손실을 보고 있는 이러한 개미 투자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도록 이 법안이 이런 주가조작 사건을 일망타진하는 데 있어 좀 더 획기적으로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김소영 부위원장도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불공정거래나 주가조작건을 잡는 데 상당히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이번 법률안 마련을 계기로 주가조작이 없어지는, 불공정거래가 없어지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 공헌을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