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법안 처리가 9월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서 1주택자 종부세 공제 금액을 올해 14억원으로 올리는 법 개정안이 8월에 통과되지 못한다면 기존 법에 따라 종부세를 중과(무겁게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왔다.
정치권 합의 지연에 따라 연말 종부세 납부에 골머리를 앓을 국민은 대략 50만명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납세 대혼란을 우려 중이다.
30일 국회 등에 따르면 종부세 법안 처리를 논의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소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 간 기싸움에 밀려 아직 구성되지도 못했다.
정부가 제출한 종부세 관련 법안의 이달 내 통과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에는 종부세 완화를 위한 △1세대 1주택자 기본 공제 금액의 기존 11억원에서 14억원(시가 20억원 상당) 올해 한시 상향 △고령자 납부 일시 유예 △일시적 1세대 2주택 가구에 대한 1주택자 혜택 부여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 모두 약속한 종부세 완화가 민주당의 발목잡기에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8월까지 법 개정이 되지 않으면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주택 특별공제 3억원 한시 도입이 종부세를 무력화할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미 1주택 종부세는 최장 80%를 소위 면제해 줄 수 있다”며 “(특별공제) 기준대로 하면 재산세 대비 종부세는 거의 종이호랑이 수준이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이달 내 법 개정이 불발됨에 따라 국세청은 9월5~10일쯤 특례 대상자에게 특례 신청 안내문을 발송하기가 크게 곤란해졌다.
국세청은 9월16~30일 특례 신청을 받은 이후 오류 정정, 세액 계산 등을 거쳐 11월 말 종부세 고지서를 보낸다.
법안 처리 지연에 따라 안내문이 특례 대상자들에게 가지 않으면 특례 신청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고, 이 경우 종부세 특례 대상자들은 연말에 특례 적용이 안 된 채 무겁게 매겨진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들 가능성이 높다.
일시적 2주택자 5만명, 상속주택 보유자 1만명,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저가 지방주택 보유자 4만명 등 10만명이 중과 고지 대상자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특별공제(3억원) 대상인 1주택자 21만4000명과 고령자 납부유예 대상자 8만4000명 등을 더하면 40만~50만명이 이번 종부세 법안의 영향권에 놓인 셈이다.
결국 이들 약 50만명은 과다 계산된 세액을 스스로 수정해 12월1~15일에 자진 신고해야 한다. 과세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이 때에 필요한 계산·수정신고 과정은 납세자가 직접 하기엔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복잡하다.
국세청에도 특례 대상 여부와 세액 확인을 위한 민원이 폭주하면서 업무 과중이 예상된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지난 24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법안 통과 차질에 따른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종부세는) 구조 상 납세자가 자진 신고해 납부하기 어려운 세목”이라며 “납세자가 민원을 제기해도 국세청에서 도와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에서는 법안을 9월 정기국회 때 처리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성환 의원은 “종부세법은 정기국회 때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종부세는) 11월에 부과되는 것이기 때문에 9월에 (처리해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9월 정기국회가 열려도 법안을 빠른 시일 내 처리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소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언제 봉합되는지, 그 후에도 1주택 특별공제에 대한 여야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특히 처리가 미뤄질 수록 행정에 필요한 시간이 촉박해져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특례 적용이 안 된 종부세를 내더라도 이후 경정청구 등으로 환급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환급금에는 지연 이자 성격의 환급 가산금도 함께 지급된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차질없는 집행이 이뤄졌다면 주지 않아도 될 돈이 세금으로 나가는 셈이다.
재정 당국 수장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종부세 법안 통과를 호소했으나 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추 부총리는 “(종부세가) 50만명까지 중과될 수 있다”며 “(개정이) 늦어지면 기존 현행 법령대로 중과 조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