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 서울이 13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빚어낸 완벽한 선율과 함께 ‘마곡 시대’를 열어젖혔다.
지난 22년간의 강남구 역삼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강서구 마곡지구에 새 둥지를 튼 LG아트센터 서울은 이날 오후 개관 기념 공연으로 조성진과 사이먼 래틀 &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무대를 마련했다.
조성진은 명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런던 심포니와 함께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선사했다.
조성진의 공연은 첫 번째 순서였던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 연주가 끝난 후 진행됐다. 조성진은 1300석 규모의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힘찬 함성과 박수를 받은 뒤 피아노에 앞에 앉았다.
라흐마니노프의 ‘만년의 걸작’으로 꼽히는 곡 앞에서도 조성진의 연주는 유려했고, 당당했다.
그는 때론 부드럽고 서정적으로, 때론 경쾌하면서도 단호한 타건을 선보이며 24개의 변주로 구성된 곡을 촘촘하게 연주했다. 조성진의 화려하면서도 정교한 테크닉이 숨 가쁘게 이어질수록 공연장의 분위기도 고조됐다.
조성진의 변화무쌍한 연주에 런던 심포니는 뒤질세라 합을 맞췄다. 특히 자신의 음악 세계에 심취한 듯 격정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던 조성진이 래틀과 여러 차례 서로의 눈빛을 확인하며 곡을 풀어가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조성진을 보는 래틀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관객들은 그저 숨죽여 두 예술가가 빚어내는 완벽한 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열정적인 연주를 마친 조성진은 래틀과 가볍게 포옹하며 감사함을 표했다. 조성진은 이날 앙코르곡으로 쇼팽의 에튀드 작품10 제12번 ‘혁명’을 들려줬다. 하프 연주자의 자리에서 조성진의 연주를 지켜보던 래틀은 연주가 끝나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런던 심포니는 2부에서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7번 C장조와 라벨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무용시 ‘라 발스’를 연주했다. ‘라 발스’에서 런던 심포니가 들려준 묵직하면서도 다채로운 사운드가 끝을 맺자, 관객들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실제 이날 공연은 ‘공연 티켓 오픈 40초 만에 전석 매진’이라는 홍보 문구를 체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클래식 애호가들은 공연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LG아트센터 서울을 찾아 공연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조성진의 팬으로 알려진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도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건축 거장’ 안도 다다오의 손을 통해 탄생한 LG아트센터 서울의 면면을 확인하려는 관객들도 많았다. 이들은 메인 로비의 거대한 곡선 벽면인 ‘게이트 아크’, 건물 지상을 관통하는 타원형 통로 ‘튜브’ 등을 둘러보며 인증샷 찍기에도 열중했다.
LG아트센터 서울은 개관 공연의 입장권 판매 수익금을 전액 기부, 공연예술계 신진 아티스트들 지원에 활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