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의 테슬라’를 꿈꾸며 전기차 시장에 진입한 각국 후발주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 인력을 감축하고 있고, 생산·판매도 아쉬운 수준이다. 최근에는 ‘전기차 치킨게임’ 양상마저 벌어지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신생 전기차 회사들은 최근 구조조정을 감행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진출을 선언한 베트남 전기차 업체 빈패스트가 미국 내 현지 인력을 감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약 150명 정도의 직원을 고용 중인데, 구체적인 감축 규모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빈패스트는 베트남 최대 민영 기업 빈그룹 산하의 완성차 업체다. 내수시장에 한계를 겪고 지난해 8월부터 순수 전기차 회사로 전환해 북미·유럽 시장을 우선 두드리고 있지만, 차량 인도부터 차질을 겪는 중이다. 빈패스트는 소프트웨어 문제를 이유로 미국 시장 초도물량 인도를 이달 말로 연기했다.
미국의 전기 픽업트럭 업체 리비안 역시 인력 감축을 실시했다. 지난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리비안은 직원 6% 감원을 밝혔다. 리비안은 지난해 7월에도 비용 감축을 이유로 6%의 인력을 감축했는데, 한차례 더 일자리를 줄였다.
연초 엔지니어링 부사장·부품 구매 담당 부사장이 사직서를 냈고, 지난해에는 전략팀 선임 디렉터 등이 퇴사하는 등 핵심 인력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리비안은 지난해 3월 연간 생산 목표를 5만대에서 절반인 2만5000대로 낮췄으나, 이마저도 4분기 생산량을 끌어올려 간신히 넘겼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2021년 11월 뉴욕 나스닥에 상장했을 당시 시가총액이 1000억달러를 넘어섰지만, 현재 주가는 지난해 11월 130달러 수준에서 80% 넘게 내려 8일기준 20달러 수준을 기록 중이다. 리비안에 투자하던 포드는 지난 4일 리비안 지분의 대부분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고급 전기차 스타트업인 루시드의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달 31일 CNBC 보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의 아담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루시드의 목표주가를 10달러에서 5달러로 하향했다. 프리미엄급 전기차량을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 등으로 실적 둔화를 우려했다.
루시드는 지난해 7180대를 생산해 목표했던 6000~7000대 수준은 넘겼지만, 이중 고객 인도는 4369대만 이뤄졌다. 생산량은 여전히 글로벌 업체들과 비교하면 부족하고, 판매량도 아쉬운 수준이다.
후발주자들에게는 ‘전기차 치킨게임’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미국 시장의 전기차 가격을 최대 19.7%까지 내렸다. 이후 보조금 지원 기준 확대에 따라 다시 가격을 소폭 인상하긴 했지만, 전기차 가격 인하 전쟁이 본격화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테슬라가 가격을 내리자 포드도 전기차 가격을 최대 8.8% 내렸고, 빈패스트는 지난달 19일 프로모션 정책을 예고했다.
테슬라는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하는 등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많고, 포드 같은 기존 완성차업체들은 내연기관 자동차도 있어 여력이 있지만 전기차에 올인하고 있는 후발주자들에게는 부담이 크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가 다른 업체들을 도태시키기 위해서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 리비안이나 루시드 같은 스타트업들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초 전기차 시장이 막 형성되던 당시에는 전기차 생산이 엔진을 만들어야 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쉽다는 점에서 후발주자들의 진입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엔진 문제에서 벗어나서라도 대량생산 능력과 제품의 완성도 등을 끌어올리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점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여기에 폭스바겐그룹·현대자동차그룹·제너럴모터스(GM) 그룹 등 기존 완성차업체들도 이제 내연기관 못지 않은 품질의 전기차를 내놓고 있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무시할 수 없다. 후발주자들은 빠르게 생산규모를 끌어 올려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여기에 승차감이나 단차 문제 등 품질 문제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