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을 47일 앞두고 갈길 바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정청래 의원의 ‘이핵관'(이재명 핵심관계자) 폭로, 홍준표 의원의 ‘공천권 요구’ 등 내부 갈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민주당은 21일 송영길 대표가 정청래 의원과 함께 전국승려대회를 봉행하는 등 불교계 달래기에 나선다.
정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봉이 김선달’에 빗대며 불거진 불교계와 갈등은 윤호중 원내대표 등이 지난 17일 조계사를 찾아 108배를 하면서 수습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다.
하지만 정 의원이 지난 18일 밤 돌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핵관’이 찾아와 이 후보의 뜻이라며 불교계가 심상치 않으니 자진 탈당하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다”고 폭로하며, 다시 긴장이 높아졌다.
더욱이 정 의원의 ‘이핵관’ 폭로를 둘러싼 민주당과 불교계 간 갈등이 당내 갈등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민주당 선대위 공동상황실장인 조응천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의원에 대해 “솔직히 차마 말은 못 하지만 마음속으로 자진해서 탈당해줬으면 하는 의원들이 주위에 많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와 달리 정 의원의 지지자들은 전날 조계사 앞에서 ‘정치개입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해 불교계와 당과의 갈등에 뛰어들었다. 정 의원에 대해 당이 징계 카드를 꺼내 들 경우 만만치 않은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는 대목을 보여준 셈이다.

국민의힘도 홍 의원이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보궐선거 공천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원팀’이 다시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홍 후보는 지난 19일 윤 후보와 만찬 회동에서 △국정 운영을 담보할 만한 조치를 내놓고 △처가 비리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상임고문으로 선대본부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 의원이 오는 3월9일 서울 종로와 대구 중·남구 재보궐선거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공천을 제안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당내 분란에 휩싸였다.
윤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정책 발표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공천 문제에 직접 관여할 생각은 없다. 공관위를 구성해 공관위가 정한 기준과 방식에 따라 공천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워놨다”며 홍 의원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당내에서는 한층 격한 반응이 나왔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전날 선대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당의 지도자급 인사면 대선 국면에서,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서 지도자로서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면 “구태를 보이면 지도자 자격은커녕 우리 당원 자격도 인정 못 받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홍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하고 이야기한 내용을 갖고 나를 비난하는 것은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며 “(공천 관련) 이견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의논을 해서 정리를 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과 윤 후보 측의 갈등으로 홍 의원의 선대위 합류 가능성은 다시 멀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 갈등은 단합이 중요한 대선 국면에서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도층은 당내 문제보다 대장동 의혹, 김건희씨 문제 등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정치 고관심층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연히 빨리 수습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