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들어 미국에서 전기차 시장점유율 2위에 오른 현대차그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는 뜻밖의 암초에 부딪히자 해법을 고심 중이다.
IRA 법안은 중국에서 채굴·가공된 소재와 부품이 일정 비율 이하인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한해서만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이 법안 도입으로 현재 한국에서 전량 생산되고 있는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전기차 외에도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친환경차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짓는 전기차 전용 공장의 착공시기를 앞당기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은 긴급하게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전날(23일) 김포공항을 통해 미국 뉴욕으로 출발했다. 국내외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공영운 현대차 사장이 동행했다. 정 회장은 뉴욕과 워싱턴 DC를 오가면서 약 1~2주 정도를 머무를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IRA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정관계 인사들과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의 이번 출장에 대해 “전반적인 상황을 점검하러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미 재무부가 IRA에 따른 세제 혜택 기준을 4분기에 정하기에 앞서 미국 측에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속에서도 선방하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올해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의 시장점유을 기록 중이다. 올해 1~7월 누적 판매량을 보면 현대차 1만8328대, 기아 2만1156대다.
그러나 대당 1000만원에 달하는 세제혜택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미국 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하는 전기차 전용 공장의 착공과 완공 시점을 각각 올해 10월과 2024년 10월로 6개월 앞당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최근 팻 윌슨 미국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과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만나 신공장 착공 등의 산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또 올해말을 목표로 추진 중인 앨라배마 공장의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생산 시기도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다. 기아도 내년 하반기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생산하려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V9 등을 조기 양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프로모션을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자동차의 본 고장인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며 “미국에서 자동차 생산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프로모션을 통해 보조금을 못받는 부분을 상쇄시켜 판매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