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판매로 1등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닌 진보적인 기업문화 정착으로 인재들이 가장 오고 싶은 회사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자주 하는 말이다. 오는 14일이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한 지 1주년이 된다. 그룹의 조직문화 혁신 행보는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 재임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내부 구성원들과 폭넓은 소통으로 창의적 사고·능동적 변화 촉진
정 회장의 자연스러우면서도 폭넓은 임직원들과의 소통은 조직문화 변화를 이끄는 긍정 요인이다.
정 회장은 타운홀 미팅에 두 차례 직접 참석했다. 지난 3월 양재 사옥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저는 우리 임직원들을 믿는다. 같이 하면 정말 되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면서 임직원들에게 신뢰를 표했다.
지난 2019년 열린 미팅에서는 청년세대 관련 도서인 ‘그러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를 소개한 뒤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알려 달라고 청했다. 세대차이에 대한 임직원들의 생각이 궁금해서다.
이처럼 정 회장은 구성원들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눈다. 매니저급 직원에게도 직접 이메일을 쓴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점엔 전 임직원에 이메일을 보내 “회사의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모두의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직원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점프업 아이디어 공모전’도 매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공모전에는 ‘전기차를 충전하며 보내는 시간을 특별한 고객경험의 시간으로 재창조한 아이디어’와 ‘스마트폰 원격 제어로 차량을 살균할 수 있는 아이디어’이 등 5000건이 넘는 아이디어가 모였다.
정 회장은 내부 구성원들과의 ‘폭넓은 소통’과 ‘도전적 동기부여’를 통해 △창의적 사고 △자발적 몰입 △열린 참여 등 능동적 변화를 촉진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최근엔 거점 오피스와 오픈 이노베이션 공간을 비롯해 ‘위드 코로나’에 대비한 근무형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차는 판교, 성내 등 거점 오피스 8곳을 마련했다. 다른 그룹사들도 거점 오피스를 준비하고 있다. 클라우드 방식의 신업무 플랫폼 도입 이후 효율적 재택 근무를 위한 시스템 고도화도 지속 추진 중이다.
◇기대 이상의 신차·서비스로 불확실성 돌파…친환경 브랜드 입지 굳혀
정 회장 취임 전후로 글로벌 경영환경은 불투명했다. 코로나19 확산, 원자재 가격 상승, 보호 무역주의 강화 등 불확실성이 심화됐다. 올해부터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대다수 완성차 업체들이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신차와 고객맞춤형 서비스로 완성차 경쟁력을 확보했다. 수치상으로도 지난해보다 크게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다.
양사는 올해 9월까지 505만여대를 판매, 전년 동기 대비 13.1% 성장했다. 지난해 팬데믹 영향으로 인한 감소폭을 빠르게 만회했다. 특히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시장에서 산업수요 성장률을 상회하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 전체 판매가 올 9월까지 전년동기대비 13.3% 증가하는 동안 양사는 전년대비 33.1% 증가한 117만5000여대를 판매했다. 시장점유율은 10%로 전년대비 1.5% 포인트 높아졌다.
유럽에서는 지난 8월까지 66만3000여대를 판매해 전년대비 28.3% 늘었다. 시장점유율은 8.1%로 전년대비 1%포인트 상승했다.
현대차·기아는 SUV와 고급차, 고성능차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제네시스는 9월까지 국내를 포함 전세계에서 전년동기(9만1000여대)대비 57% 확대된 14만4000여대를 판매했다.
친환경 브랜드로서의 입지도 굳히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9월까지 53만2000여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했다. 전년대비 68% 증가한 수치다. 수소전기차를 포함한 전체 전기차 판매는 17만6000여대로 전년대비 70% 증가했다.
넥쏘 수소전기차는 지난해 세계 수소전기차 중 최초로 누적 판매 1만대를 넘어섰다. 이르면 올 연말 누적 2만대 판매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