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정유업계가 국제 유가 급등에 힘입은 정유사업 회복으로 지난해 대규모 흑자 전환에 성공한 가운데 올해는 친환경 소재, 수소 등 비정유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고유가 장기화로 수요가 둔화되면 정유사업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 친환경 에너지가 전 세계적 추세인데다 정유 사업은 국제 경기, 국제 유가 상승, 환율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해 불안정성이 크다.
1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에너지&소재 회사’로의 변신을 목표로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전략을 펼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은 지난달 울산에 아시아 최초의 폴리프로필렌(PP) 폐플라스틱 재활용 생산공장 건설을 결정하며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었다.
GS칼텍스는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2024년까지 연산 1만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짓고, 수소 사업 밸류체인 전반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025년까지 블루수소 10만톤을 생산하고 2030년까지 전국에 수소 충전소를 180여개 구축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현재 85%인 정유 사업의 매출 비중을 2030년에는 45%까지 낮출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3사는 지난해부터 폐플라스틱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5조원을 투자해 잔사유 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 하류시설(ODC)을 갖췄다. RUC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온 찌꺼기 기름 잔사유를 휘발유와 프로필렌으로 전환해주는 시설이다. ODC는 전환된 잔사유를 재처리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인 폴리프로필렌, 산화프로필렌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강화되고 있는 글로벌 환경 규제에 맞춰 지속가능한 성장을 구축하는 한편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수소, 화이트 밥이오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 투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7조233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엔 합계 5조31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보다 12조2652억원을 더 벌어들인 것이다.
정유사업이 정유 4사의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경기가 회복하고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정유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지난해 상반기 1달러대에 머물다 9월부터 손익분기점인 4달러를 넘기며 상승세를 탔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석유사업 영업이익은 1조1616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65.8%를 차지한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정유사업에서 1조3758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전체 영업이익의 68.2%에 해당한다. 에쓰오일의 정유사업 영업이익(1조277억원)은 전체 영업이익의 44.6%, 현대오일뱅크의 정유사업 이익은(5653억원)은 전체 영업이익의 49.5%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