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와 외교장관회담이 오는 10일과 12일 미국 하와이에서 잇달아 열린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이번 ‘릴레이 회담’에서도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 추진 의사를 재차 밝힐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와 외교장관회담은 지난달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에 따른 ‘긴급 처방’ 차원에서 열리는 것이란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북한은 지난달 5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시작으로 같은 달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지난달 25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까지 포함하면 북한은 1월 한 달 동안 7번이나 무력시위를 벌였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달 19일 김정은 총비서 주재 조선노동당 중앙위 정치국회의에서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철회’까지 시사하며 미국이 설정한 도발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을 기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그간 진행돼온 한미 또는 한미일 당국자 간 관련 협의에서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을 직접적으로 규탄하기보다는 “북한과의 조속한 대화 재개 노력”을 강조해왔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이번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 및 외교장관회담에서도 비슷한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부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해법으로 ‘종전선언을 재론할 여지하가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 정부는 작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한과 미국, 나아가 중국까지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 미국 측과의 거듭된 협의를 통해 ‘종전선언 문안 조율’은 모두 마친 상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핵·ICBM 시험 모라토리엄 해제’ 시사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조만간 우리의 (종전선언)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해올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은 당시 “(종전선언을) 앞으로 북한과 어떻게 협의해 가느냐에 대해 한미 간에 계속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이에 앞서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달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진전시켜 나간다는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이미 한미 간의 종전선언 관련 협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나 외교장관회담에서 이 문제가 다뤄지더라도 공동 발표문 등에 그 내용이 명시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일본은 종전선언의 당사국도 아니다.
다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북한·중국 등 역내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을 중시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한미일 간의 이번 연쇄 회담에서 종전선언 문제가 다뤄질 경우 “일본의 견해도 들으려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 상황은 사실 ‘종전선언’ 얘기를 꺼낼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면서도 “비공개로 진행되는 회담에서 정부는 ‘이럴 때일수록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개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