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전자담배 또는 베이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위험(susceptibility)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전자담배 흡연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주요 감염을 일으키는 수용체 발현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구 결과를 통해 베이핑이 코로나19 위험을 증가시키는 증거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베이핑은 전자담배를 이용해 기체화된 액상 니코틴을 흡입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의 과학 뉴스 사이트 유레크얼러트(EurekAlert)에서 소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 토마스제퍼슨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은 전자담배 베이핑 노출이 생쥐 폐에서 안지오텐신전환효소2(ACE2)의 발현을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영국의학협회 중개의학저널(BMJ, Journal of Investigative Medicine)’ 6월호에 게재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세포에 침투한다. 이때 스파이크 단백질은 ACE2 수용체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 안으로 들어가 감염시킨다.
특히 흡연자들은 폐에서 이 ACE2 수치가 높아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일반 궐련형 담배의 흡연과 마찬가지로 전자담배에서도 유사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또는 이 효과가 성별 간 차이가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고자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암컷과 수컷 생쥐 각 5마리에게 서로 다른 용량별로 니코틴 성분이 포함된 전자담배 증기와 포함되지 않은 증기에 하루 두 번 30분간 21일간 노출시켰다.
실험 결과 전자담배 증기에 노출된 생쥐는 모두 보통 공기에 노출된 생쥐와 달리 폐 조직에 염증이 생기고 폐 기능이 떨어졌다. 이는 니코틴량과 관계없이 관찰돼 베이핑이 폐 기능에 영향을 주는 것이 확인됐다.
또한 연구팀은 수증기에 노출된 수컷과 암컷 생쥐의 폐에서 ACE2 수용체 수준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ACE2 수용체 발현율이 높을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도를 통해 들어와 폐에서 더 쉽게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점은 증기에 포함된 니코틴은 수컷 생쥐의 폐에서 ACE2의 증가를 더욱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컷과 암컷 생쥐 간 면역세포 반응이 유의미하게 차이 나진 않았지만 평균적으로 암컷에 비해 수컷에서 염증이 더 크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생체 내 ACE2 발현 수준에 대한 베이핑 및 니코틴 노출에서 잠재적인 성별 차이를 최초로 입증했다고 평가하면서 “잠재적으로 한쪽 성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중요한 생리적 차이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교신저자로 참여한 파완 샤르마 미국 토마스제퍼슨대학교 중개의학센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베이핑이 ACE2 수용체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근거를 보여준다”며 “전자담배가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요소라는 증거를 제공하고 전자담배 흡연자들의 감염을 예방하고 완화하는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