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전기차(EV) 중심 전략을 대폭 수정하며 전기 픽업트럭 생산과 주요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잇달아 중단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포드는 약 195억 달러, 한화 약 28조 원에 달하는 손실을 감수하기로 했다.
16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포드는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하고,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T3)과 전기 상용 밴 개발 계획도 전면 취소했다. 대신 F-150 라이트닝은 가솔린 발전기를 활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모델로 전환될 예정이다.
F-150 라이트닝은 2022년 출시 당시 전기 픽업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주목받았다. 출시 초기 주문이 20만 대에 달했고, 미국 유명 코미디언 지미 팰런이 이 차량을 주제로 노래를 만들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실제 판매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11월까지 판매량은 2만5583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특히 포드가 차세대 전기차 전략의 핵심으로 삼았던 T3 전기 픽업트럭은 테네시주 신규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었지만, 계획이 전면 백지화됐다. 포드는 대신 2029년부터 해당 공장에서 신형 가솔린 픽업트럭을 생산할 방침이다.
포드는 이번 전략 수정에 따라 차량 라인업을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재편하고, 일부 배터리 공장 인력을 감축하는 대신 장기적으로는 수천 명 규모의 신규 고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하이브리드, EREV, 순수 전기차를 합친 전동화 차량 비중을 현재 17%에서 2030년 5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는 유지하고 있다.
이번 손실 중 약 85억 달러는 취소된 전기차 프로젝트 비용, 60억 달러는 한국 SK온과의 배터리 합작 사업 해소에 따른 손실, 나머지 50억 달러는 기타 프로그램 관련 비용으로 집계됐다.
로이터는 포드의 이번 결정이 전기차 수요 둔화와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전기차 세액공제가 종료된 이후인 지난 11월 전기차 판매가 약 40% 급감했다. 배출가스 규제 완화와 연비 규제 벌금 동결 등 정책 환경도 내연기관 차량 판매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포드의 전략 수정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배터리 전기차 중심 전략에서 한발 물러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